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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곤 영진공사 차장
2016년 5월 23일 인천항만공사 대회의실에서 ‘인천 내항 TOC 통합 타당성 검토 및 방안 수립 연구용역’에 대한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착수보고회 자리에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TOC 운영 10개 사, 인천항운노동조합 등 직간접 관련 당사자들이 전부 모여서 본 용역의 공동 수행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중앙대학교에서 선임한 용역 책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아마도 참석자들은 설명을 들으면서도 제각각 ‘동상이몽’ 즉, 한 가지 주제를 갖고 각자 다른 꿈들을 꾸고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의 도출을 기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인천 내항 TOC(부두운영회사)가 통합하게 되면 우선 상호 간의 경쟁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서 하역 요율의 인상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으니 결국 부두 운영에 따른 경영 수지의 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통합에 따른 효율을 생각하자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이 감소될 수도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야 됨을 고민해야 한다.

 필자 또한 내항 10개 TOC 업체 중에서 한 곳의 일원이며 현재 이러한 문제의 더미 속에 내던져져 있다. 작년 착수보고회에서부터 지금까지 인천항 내항 통합에 대한 최적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TOC 10개 사에서 쉼 없이 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전원 합의에 이를 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작년 착수보고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그때부터 통합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의미의 통합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된 격발 요인은 결국 인천 내항 1, 8부두 재개발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가 있다. 그동안 인천 내항 1, 8부두에 대한 재개발 논의는 정책 실행의 찬반에서부터 방법의 문제와 시기의 문제 그리고 시행 주체의 문제 등에 대해 이른바 두 곳의 단체와 단체(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단체명은 생략함, 필자 주) 간의 참으로 많은 논란이 발생했고 이와 함께 각 단체의 명분 쌓기와 타당성 확보라는 구색 맞춤의 결과로 참으로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논쟁이 거듭됐었다.

 우리는 흔히 갈등(葛藤, conflict)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된다. 이 말은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가 합쳐져서 쓰이는 말로 두 단어의 뜻 그대로 살펴보면 칡과 등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는 모습에서 그 내면의 복잡성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자연에서 칡과 등나무는 나무에 의지해 살아가기 마련으로 칡이 나무를 감을 때는 반드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칡과 등나무가 하나의 나무를 감고 올라갈 때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칡과 등나무가 서로의 진로를 방해하게 되고 이러한 연유로 서로간의 생장에 큰 방해가 되는 것에 의해서 갈등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듯하다.

 현재 인천 내항 통합에 대한 논의의 과정도 결국 이러한 갈등 속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TOC 10개 사가 1개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수많은 문제점과 이권 쟁취를 위한 협의로 인해 이러한 갈등은 어쩌면 마치 당연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천 내항 통합이 결정되고 종료돼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협의해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우리가 본 용역을 개시하기 이전부터 논의했던 문제가 잘 풀리지 않자 공신력 있는 기관을 용역업체로 선정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처럼 우리 10개 사가 문제 해결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제3자를 선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그때에는 정부에서 나서게 될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만약, 그런 일이 발생되면 우리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빠르게 추진되겠지만 10개 사 각자의 의견과 주장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므로 이제 각사에서 주장하는 의견들은 아쉽겠지만 각자의 주머니에 집어 넣고 최대한 양보를 해서 10개 사 공통의 이익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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