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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를 둘러싸고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크고, 급기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드 배치에 따르는 환경영향평가는 신도 피할 수 없는 법적 절차이며,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정치적 논란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 법률이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을 시행 전에 사업자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해 이를 승인기관에 제출하고, 승인기관이 환경부장관의 협의,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절차를 환경영향평가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크게 전략적 영향평가, 본영향평가, 소규모 영향평가로 나뉘는데, 상주 사드 포대 설치 과정에서 국방부는 소규모 영향평가 절차에 따랐다. 그런데 청와대의 주장은 이 소규모 영향평가가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처음에는 사드 포대의 설치가 전략적 영향평가의 대상이라고 했다가 현재는 아니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략적 영향평가는 기본적으로 사업의 시행이 아니라 행정계획의 수립 단계에서 시행하는 영향평가이다. 쟁점은 상주에 사드 포대를 설치하는 국방부의 행위가 일종의 행정계획인가에 있다. 만약 행정계획이라면 전략적 영향평가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평가나 소규모 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행정계획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조정, 통합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진행한 포대의 설치는 사드의 설치 목적과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단들을 조정하는 등의 계획이 아니라, 도입한 사드 포대를 설치하는 구체적 실행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영향평가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포대 설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쟁점은 왜 소규모 영향평가를 받았느냐에 대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33만㎡ 이상의 국방, 군사시설사업은 원칙적으로 본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발생한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면적이 10만㎡, 전체 32만8천779㎡라고 밝히는 반면, 청와대는 70만㎡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혼란스럽다.

 70만㎡가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본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일종의 ‘쪼개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 된다. 본영형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33만㎡ 이하라면 청와대가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을 이해시키려면 사드 포대 설치에 필요한 면적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부터 밝히는 것이 옳다. 언론과 국회가 해야 할 일로 보인다.

 한편, 사드 포대와 같은 국방,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한다는 법률의 예외 규정이 있다는 점도 서로 인정해야 한다. 예외에 해당하려면 국방부장관이 군사상 고도의 기밀보호가 필요하거나 군사작전의 긴급한 수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환경부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군사상 고도의 기밀보호 필요성’ 또는 ‘군사작전의 긴급성’에 대한 해석의 문제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방부장관의 재량적 판단사항으로 보이며, 이런 필요성 또는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 국방부장관은 환경부장관과 ‘협의’만 하면 해당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대법원은 협의를 조언이나 자문을 구하라는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자문은 의견을 들으면 되는 정도의 절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환경부와 일정 수준의 회의만 했어도 그 기준은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국방, 군사시설에 대한 예외는 본영향평가는 물론 소규모 영향평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원칙적으로 국방, 군사시설이 환경영향평가의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방부장관은 환경부장관과의 협의만으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방의 중요성, 긴급성으로 인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예외이다.

 마지막으로 다툼이 있는 사항은 성주 사드 포대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제공하는 토지이므로 미국의 전속적 관할권이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협정에 대한 해석 문제이지만, 이 또한 청와대와 국방부가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국방부와 청와대는 대상 면적을 포함한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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