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 녀석이 갑자기 화상전화를 해서 올 초에 받은 수첩을 보이더니 "아빠! 이 수첩 내가 가져도 돼요?"라고 물었다. 이미 수첩이 있는 나는 그러라고 허락을 했다. 집에 퇴근을 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못 다한 일이 있어 책상에 앉아 일을 하려는데, 아들이 내가 허락한 수첩을 들고 와서는 다짜고짜 내가 쓰고 있는 수첩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묻자, 아들은 "아빠 수첩과 똑같이 작성하려고 한다"며 내 수첩 1월 기록부터 작성하려고 했다.

 좀 황당함을 느낀 나는 아들에게 수첩은 준비를 위한 계획과 일정을 작성하는 것이라, 앞으로의 일을 기록하라고 설명했다. 아들의 엉뚱한 행동에 오랜만에 집안에 함박웃음이 꽃피웠다. 그런 후 나는 자신에게 그동안 삶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잘해 왔는지 잠시 뒤돌아볼 수 있었다.

 최근에 준비를 위한 삶에서 꼭 필요한 행동에 대한 글을 본적이 있다. "풍족할 때는 부족할 때를 생각해 절약해야 하고, 건강할 때는 병이 들었을 때를 생각해 매일 매일 몸을 돌봐야 하며, 권력이 있을 때는 권좌에서 물러날 때를 생각해 권세를 부리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 또 "돈이 있을 때는 없을 때를 생각해 계획성 있게 써야 하고, 먼 길을 떠날 때는 돌아올 때를 생각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며, 젊을 때는 늙을 때를 생각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어 "공부할 시기에는 지식이 필요할 때를 생각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고, 행복할 때는 불행이 닥쳐올 때를 생각해 행복 만들기에 게을러서는 안 되며, 사랑을 받을 때는 미움 받을 때를 생각해 남을 더욱더 사랑해야 한다." "만날 때는 이별할 때를 생각해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하고, 안전할 때는 사고가 났을 때를 생각해 미리 예방해야 하며, 자신이 편안할 때는 고통 받았을 때를 생각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돌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만 보고 직행만 하다 보니 생각도 못한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면서 인생을 망치기까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날을 준비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항상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음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닥치는 일들에 있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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