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무의도 주민이 가뭄 전에 인근 개울에서 받아 놓은 물로 타들어 가는 호박에 물을 주고 있다.(왼쪽) 한 주민은 폐쇄된 해수담수화 시설을 아쉽게 가리키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천시 중구 무의도 주민이 가뭄 전에 인근 개울에서 받아 놓은 물로 타들어 가는 호박에 물을 주고 있다(왼쪽). 폐쇄된 해수담수화 시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생수를 사다 먹는 집도 있지만 혼자 계시는 노인은 그냥 짠물을 먹는 거지요."

가뭄이 계속되는 지난 18일 찾은 무의도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인천시 중구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로 5분여 거리에 불과한 무의도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는 한적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의도 주민들의 눈물과도 같은 ‘짠물 비애’가 숨겨져 있다.

뱃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김봉선(91)할머니의 집 마당 한편에는 인천의 수돗물 브랜드인 ‘미추홀 참물’ 통이 빛바랜 채 널브러져 있다. 텃밭에 기르는 호박과 상추에 물을 주기 위해 인근 개울에서 받아놓은 물이 담겨진 채다.

김 할머니는 "개울이 마르기 전에 미리 받아 놨다"며 "관정에서 퍼올린 지하수를 작물에 줬다가는 염분 때문에 다 말라 죽는다"고 푸념했다.

무의도 지하수는 연이은 가뭄과 평년 40%도 안 되는 강수량으로 점점 고갈되고 있다. 지하수층에는 염수가 침투해 마시기조차 어렵다.

노인정에서 만난 이철웅(75)할아버지는 인천에 사는 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생수를 사서 온다고 했다. "사정이 그나마 괜찮은 집은 생수를 사 마시거나 정수기를 설치해서 쓰겠지만 그냥 마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짠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 할아버지는 "비가 안 와도 너무 안 온다. 공기만 좋다 뿐이지 점점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쏟아냈다.

무의도 주민센터에 따르면 무의도 마을상수도는 마을에 공동 관정을 만들어 놓고 각 가정에서 전기로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공동 관정에 여과기를 만들어 염분을 제거한 후 주민에게 공급하기도 하지만 정수 과정에서 폐수로 버려지는 물이 너무 많아 물이 부족한 요즘은 이마저도 엄두를 못 낸다.

주민들은 이 같은 짠물을 공급받으면서 일반 가정은 마을상수도 사용료로 연 10만 원을 낸다. 식당이나 펜션을 운영하는 곳은 30만 원가량을 부담한다.

무의도는 짠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 해수담수화 시설을 들여왔다. 당시 인천시 중구와 효성굿스프링스가 민관 공동협력사업으로 5억2천만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사용도 제대로 못하고 폐쇄해야 했다. 담수화시설 가동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사용을 꺼려 했기 때문이다.

주민 김종철(59)씨는 도입 당시 비용 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모았지만 결국 공동 관정을 폐쇄하면서까지 담수화시설이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들여온 담수화시설은 결국 비용 문제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나마 물을 끌어오는 펌프도 금세 고장 나 현재 샘꾸미 지역에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한 차례 옮긴 담수화시설은 해수욕장 음식점 한쪽에 폐쇄된 채 방치돼 있다.

하나개해수욕장을 관리하는 한 직원은 "전통적으로 물을 지하수로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사용하다가 마을상수도가 생겨 전기료를 물값으로 셈해서 내는 상황에서 해수담수화 시설 운용료까지 추가로 부담하려니 주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폐쇄된 해수담수화 시설을 둘러싼 펜스에는 ‘무의도에 맑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합니다’라고 쓰인 안내판이 그대로 붙어 있다. 오가며 이를 보는 주민들의 속은 쓰리다.

유희근 기자 brav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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