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7년부터 상공인들의 삶을 싣고 달렸던 수인선 협궤열차의 유일한 흔적인 송도역사가 1995년 폐선 이후 민간에 임대돼 사무실로 사용 중이거나 방치돼 있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옥련치안센터 인근의 옛 송도역사 건물. 이진우 기자 ljw@kihoilb.co.kr
▲ 1937년부터 상공인들의 삶을 싣고 달렸던 수인선 협궤열차의 유일한 흔적인 송도역사가 1995년 폐선 이후 민간에 임대돼 사무실로 사용 중이거나 방치돼 있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옥련치안센터 인근의 옛 송도역사 건물. 이진우 기자 ljw@kihoilb.co.kr
옛 ‘송도역사(松島驛舍)’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송도역사는 수인선 협궤열차의 마지막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후 이곳은 수년째 방치돼 왔다.

19일 찾은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302번지 옛 송도역사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도로에서 송도역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은 일부가 깨져 있다. 한때 승객들을 상대로 좌판이 부산하게 열렸던 주변은 잡풀과 우거진 나무로 뒤덮였다. 대낮임에도 폐가에 들어가는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한국철도공사가 소유한 송도역사는 1995년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 중단 후 현재 민간사업자가 사무실 및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기척 또한 없었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듯했다. 송도역사를 포함한 주변 지역은 송도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옛날에 이 앞으로 ‘떨그렁 떨그렁’ 하면서 협궤열차가 다녔어.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때도 열차가 다녔지. 저 아래 보이는 치안센터 옆 하얀 건물은 예전 예비군들이 화약창고로 사용했던 곳이고, 역사 주변에는 우물도 있었어."

송도역사 주변에서 만난 이형우(78·옥련동)할아버지의 말이다. 그는 인근의 작은 텃밭에서 고추를 키우고 있다. 송도역사 얘기를 물어보려면 방송사 자료사진에도 나온 한 아주머니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송도역사 바로 건너편에는 초라한 ‘송도역전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과거 송도역사 앞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열차 운행 중단 이후에 자리를 잡고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예전에는 그릇을 팔았지만 지금은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1만 원짜리 염색 가게를 운영하는 엄태자(62·옥련동)씨를 만났다.

"송도역 계단 밑에서는 과일 장사를 했어. 당시만 해도 수원에서 온 상인들이 여기서 잡곡이나 조개 등 물건을 떼다가 수원에서 판 거야. 우리에게는 놀이터이기도 했어. 열차 안에서 놀다가 철로 된 봉 사이에 머리가 끼어서 역무원이 빼내 주기도 하고."

송도역사는 연수구 도시계획상 도로로 계획돼 공원지역에 포함돼 있다. 구는 송도역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침이나 계획은 세워진 게 없다. 이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예정된 개발사업 착공과 함께 송도역사는 다른 역사적 가치를 가진 건축물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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