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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준 나사렛국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인간의 평균수명을 80년이라고 할 때 일하는 시간은 26년, 잠자는 시간은 25년이라는 계산 결과가 있을 정도로 사람은 수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잠을 못 자게 하는 실험을 해 보면 사람은 집중력 저하, 예민함 증가, 심하면 환청, 망상 등을 보인다. 동물은 계속 안 재우면 죽는 경우도 보고된다. 즉, 생체항상성 유지, 피로 회복, 학습, 기분 조절을 위해 수면은 중요하다.

 뇌파를 포함한 여러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수면 동안 뇌는 정교한 기전을 통해 역동적으로 우리 몸을 조절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 인간의 뇌에는 하루 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부위가 있으며, 이 부위와 아침에 눈으로 들어오는 태양 빛, 주기적인 식사 등의 외부 신호들의 상호작용으로 하루 주기 리듬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이 알아서 잘 때 자고 활동할 때 활동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에서는 일명 ‘빛 공해’라고 불릴 정도로 과도한 조명 사용이 일상화돼 있고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 직장인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24시간 운영조직에서는 교대 근무도 하다 보니 수면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잠이 잘 안 온다’라는 증상을 갖고 진료실을 찾는 환자에게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당연히 ‘왜 잠이 안 오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특히나 내과·외과계 질환으로 인해 불면이 시작된 경우에는 원인이 된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 수면에 영향을 줄 만한 질환이 없다면 수면 양상이 어떤지 정확하고 자세하게 평가하게 되는데, 하룻밤 검사실에서 자면서 수면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얻는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를 실시한다. 이 외 감별을 위해 혈액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불면 장애로 진단되면 흔히 약물치료부터 하게 되고 수면제, 안정제, 그 외 수면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약들을 병합해 사용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적절한 수면 효과를 내는 약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주간 졸음, 어지러움, 두통, 기억상실, 호흡기능 저하, 금단, 반동불면, 섬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사와 상담하며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면과 관련 잘못된 믿음과 태도를 수정함으로써 수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인지행동치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일상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밤에 잘 때 외에는 절대로 잠자리에 눕지 않기, 잠이 오지 않으면 다른 자리로 이동해 잠이 올 때까지 이완하기, 밤에 자다가 깼을 때 시계 보지 않기, 낮잠 안 자기 등이 있다.

 잠자리는 소음이 없고 야간에 빛이 잘 통제되는 것이 좋으며 최대한 편안해야 한다. 평소 금주, 금연, 커피는 오전에만 마시기 등으로 기본적인 건강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나사렛국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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