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청년예술가들의 공연 예산을 임의로 빼앗아 여론에 뭇매를 맞을 때는 고개를 숙였다가, 시간이 흘러 분위기가 잠잠해지자 다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20일 지역 문화계에 따르면 인천문화재단이 지역의 청년예술인들 주도로 진행되는 ‘사운드바운드’ 행사 예산을 아직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문화재단은 지난 4월께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음악축제 ‘사운드바운드’ 행사를 관계자들과 전혀 논의 없이 임의로 개항장음악축제로 바꾸면서 청년들이 키운 행사를 재단이 가로챈 것 아니냐는 등의 ‘불통 행정’, ‘갑질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문화재단을 비판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는 지난 5월 열린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고, 이달 내로 대화를 통해 원만히 매듭 짓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한 달이 지나도록 사운드바운드 행사 관계자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사운드바운드는 당초 올해 1억5천만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었는데 지금 문화재단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사업과 7천500만 원씩 나눠서 쓰자고 한다"며 "그냥 둬도 잘 진행되던 사업이었는데, 줬던 돈을 다시 뺏어 가면서 분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운드바운드 논란을 계기로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 확보와 문화자치 등을 위한 인천문화재단의 민주적인 대표이사 선임 문제도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라며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면 재단 이사회에서부터 조정을 했어야지 대표이사가 바뀐 후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사운드바운드 관계자와 지난 주, 오늘도 전화로 협의를 하는 중이고, 아직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제시한 안이 있지만, 단순하게 말할 경우 오해가 증폭될 수 있어 당장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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