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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부락산 주택 개발로 인해 부지 조성을 위해 벌목된 나무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최근 평택의 ‘부락산’ 자락에 주택 개발이 허가되자 인근 주민들이 "명산을 해치는 개발행위를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주민들은 개발 예정부지의 나무 수십 그루에서 천공이 발견돼 누군가가 고의로 훼손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20일 평택시와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서정동 2-3, 2-58번지 부락산 임야 2천990㎡ 규모의 부지에 4동의 단독주택이 들어선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서 최근 벌목된 나무들에서 지름 3∼4㎝ 정도의 구멍이 여러 개씩 뚫려 있는 것을 인근 주민들이 발견했다.

구멍이 뚫린 나무들은 주로 소나무였으며, 일부 나무는 10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심지어 아직 벌목되지 않은 나무들에서도 여러 개의 구멍이 발견돼 고사 위기에 처했다.

또 이달 초부터 해당 부지에서 벌목이 시작되면서 나무들이 사라지자 주민들은 이 같은 개발이 자연을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부락산 등산로 입구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부락산 풍경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이 좋아 입주했지만 해당 부지의 나무들이 잘려 나가면서 자연경관이 나빠졌다고 성토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택시는 이미 허가가 난 상황인 데다가 취소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해당 부지는 주택 개발을 위해 2010년부터 총 5차례나 평택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며, 번번이 반려되다가 2015년 4월에야 간신히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개발 허가기준을 맞추기 위해 죽은 나무는 벌목이 가능하다는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일부러 구멍을 낸 것 아니냐는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민 김모(53)씨는 "부락산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휴식처인데, 단독주택을 짓겠다며 등산로 입구 주변의 소나무들을 베어 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며 "부락산은 평택시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개발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부락산 등산객과 시민들을 상대로 ‘부락산 주택 개발 반대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우리도 자연경관 및 미관 훼손, 부녹지축 보전 등을 이유로 수년간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행정심판에서 진 뒤로는 더 이상 주택 건축을 반대할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평택=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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