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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우리는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 내각이 구성될 때마다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공약 이행에 대한 궁금증과 경제와 금융, 산업구조의 변화, 사회 복지, 국방, 교육, 문화, 보건환경 등 다양한 각 분야의 정책과 이들 정책을 추진할 내각 수반들의 정치 성향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언론에서 제일 먼저 다루는 것은 새 각료들의 고향과 출신 학교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내려온 뿌리 깊은 학연 그리고 지연과 연계된 전통 사상에서 온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언론매체들도 이를 부추겨 가며 어느 지역 출신이 몇 명 등용됐고 어느 대학 출신이 몇 명 입각돼 특정 지역 출신과 특정 대학 출신에 편중됐고 어느 지역은 소외시켰다는 둥 편 가르기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에 비춰 등용된 인물을 분석해 보면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사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구성된 새 정권의 각료 후보자들 역시, 그들의 학력과 관련된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우선 in 서울의 대학이고 그 중에서도 세칭 SKY대학 출신들이다. 역시 우리나라의 장관들은 일단은 선택을 받은 유명대학을 나와야 하마평에도 오르는 것이다.

 학력 파괴와 개혁을 중요시하던 ‘국민의 정부’ 나 ‘참여정부’ 그리고 현 정부 역시 학력과 지연의 틀은 깰 수가 없었던 같다. 특히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고 이야기하는 계층들을 구태여 학력으로 풀어 가자면 어쩌면 SKY 대학 출신들이 곧 금수저인 것이다. 늘 새로운 풍속도와 신조어가 우후죽순처럼 생성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요즘 바보 온달장군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없는 집에서 태어나 서울도 아닌 지방의 무명 대학을 나와 맨몸으로 사막과도 같은 세상 속에서 오직 일과의 전쟁을 치르며 뛰고 뛰어 몸뚱이 하나로 버티며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이야기이며, 어느 날 오너나 상사의 눈에 띄어 그 실력을 인정받고 회사 전반의 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간부로 도약한 일종의 성공신화의 한 축을 형성한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아마도 고구려 평강왕 때의 온달 장군에서 유래된 것 같다.

 고구려의 온달 장군은 야사 속의 주인공인지 아니면 실제 존재한 실존 인물인지 정확히 고증된 바 없어 사학자에 따라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는 어려서 집이 몹시 가난해 밥을 동냥해 눈 먼 어머니를 봉양하는 극심한 효자였고 얼굴이 우습게 생기고 순박해 동네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 불렀다는 내용은 공통적 사항이니 분명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그는 흙수저 중에서도 최악의 흙수저인 것이다. 그런 그가 건강한 육체와 성실한 생활상으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한 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연한 기회에 평강왕의 공주와 결혼해 무예를 닦고 무장이 됐으며, 중국 후주(後周)의 무제(武帝)가 고구려를 침공하자 그가 선봉장이 되어 전투를 지휘하는 등 큰 공을 세운 장수로서 정명이 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바보 온달의 등장은 착하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잠재적 능력이 있는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도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금수저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온달 이야기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영원히 금수저만 물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혀를 깨물며 발 버둥 쳐도 영원히 흙수저만 물고 살아가야 하는 비관적 현실을 타파하는 혁신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온달이라는 고구려 명장을 생각하며 긍정적 측면의 또 다른 시각적 사고로 접근한다면 어쩌면 충만이 넘치는 힘과 삶을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편견과 거센 풍파가 우리의 친구 바보 온달을 흔들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제 앞길을 걷는 온달의 모습이 참으로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또 하루를 버티며 험준한 산악을 거침없이 넘어가는 온달은 우리에게 잠재적 역량을 심어주는 희망의 노래일 수 있다. 흙수저를 금수저로 반전시키는 우리의 샐러리맨들 아니 바보 온달들, 그리고 이 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청년백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구국의 영웅으로 변신한 바보 온달처럼 화려한 부활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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