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넘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TV 앞에 앉았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액션 레전드 정우성과 국민배우 안성기, 연기파배우 이범수, 안길강, 이시영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 당시 화제가 됐던 영화다.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 바둑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물.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바둑 프로기사인 태석(정우성)은 내기 바둑에서 살수(이수) 조직의 음모로 형을 잃게 된다. 게다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그곳에서 복수의 칼을 갈던 태석은 조직의 두목을 만나 바둑을 가르쳐주는 대신 싸움기술과 복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출소 후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영화가 종반을 향할 즈음, 폐부를 깊숙이 파고드는 명대사가 나온다. 내기 바둑에 빠져 살수에게 두 눈을 잃은 주님(안성기)과 한 손을 잃은 기술자 허목수(안길강) 둘 간의 대화다. (주님) "자넨 신의 한 수를 본 적이 있나?" (허목수) "없습니다." "혹시 우리 인생에도 신의 한 수가 있을까? 망가진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그런 묘수 말일세." "그건 신만이 알겠죠. 형님은 그런 한 수가 있다면 어디에 두고 싶습니까?" "아내를 살려야지. 자네 팔도 돌려주고." "그보다 더 좋은 수가 있습니다. 내기 바둑을 두기 전으로 돌아가십시오."

 누구나 살면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힘든 상황을 겪는다. 또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과 문제가 심각할수록 이를 단방에 풀어줄 ‘묘수’를 필요로 한다. 정말 우리 삶에 ‘신의 한 수’는 있는 것일까. 영화 말미에 태석을 향해 한 허목수의 대사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주님이 물었지. 우리 삶에 신의 한 수가 있겠느냐고, 이젠 알겠어. 그런 묘수는 없다는 것을. 그냥 하루하루 묵묵히 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지."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 만약 신의 한 수가 있다면 당신은 어디에 두고 싶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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