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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얼마 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양성평등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출범하는, 가칭 양성평등동행단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양성평등 문화 정착과 폭력예방의 효과를 높이고, 실질적 양성평등 확산 실천 주체로서의 남성 참여 선도 계기 마련 및 공감대 형성"이 그 취지라고 합니다. 표현이 다소 어렵습니다만 쉽게 말하면 ‘남녀가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함을 알리는’ 역할입니다. 양성평등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 똑같은 참여 기회를 주고,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저도 평범한 남성인지라 별 감흥 없이 들어왔고 말해왔던 양성평등 (과거엔 남녀평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결국 그것은 남성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평등이었다는 것이 많은 역사가들의 평가입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고대 그리스에서조차도 여성들의 지위는 매우 낮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양성평등’에 관한 한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여기서 꼭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먼저 여기서 말하는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이라는 점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이를테면 여성의 출산으로 인해 생긴 공백 때문에 남성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상대적 평등입니다. 그리고 여성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여성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동등한 일을 하고, 같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자가…….’, ‘남자라면 모름지기…….’, ‘여자니까…….’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던 고정관념들,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어 버리는 편견들이 타파돼야 합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즉 의식 개선이 이뤄져야 진정한 양성평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남녀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여성주간’이 ‘양성평등주간’ 등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오래전에는 양성평등이 비교적 잘 실천됐다고 합니다. 역사학자들은 신라 여왕의 존재, 고구려 온달장군 이야기, 고려사에 나오는 딸의 재산 상속권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 중기 이후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해 양성평등에 상당한 후퇴가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는 많이 개선돼 가고는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듯합니다.

양성평등동행단은 ‘양성평등 보이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voice)를 내다’와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남성들(boys)’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뜻깊은 제안을 받고 저 스스로부터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양성평등 보이스를 홍보하기 위한 사례집 발간을 위해 의뢰받은 설문에는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이 가장 시급한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 답변은 이랬습니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가정’이기에 양성 평등한 사회의 첫걸음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양성 평등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을 실천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말이 바뀌면 자녀의 인생이 바뀐다’ 강연에서도 늘 강조하듯이 이해와 배려의 마음가짐으로 소통하며, 각자의 가정에서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에서부터’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성평등은 가정에서 가장 먼저 실천돼야 합니다."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니, 가정 내에서 양성평등 특히 남성(남편, 아빠)의 역할이 가정 행복을 이끌어 가는데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부가 잘 소통해야 자녀가 더욱더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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