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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의 명산으로 불리는 ‘부락산’ 자락에 주택 개발이 허가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21일 부지조성 공사를 맡은 업체가 외부인의 접근을 막은채 해당 부지에서 벌목을 하고 있다. <사진=임성봉기자>
평택 부락산 자락에 주택 개발이 허가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자연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반발<본보 6월 21일자 1면 보도>하는 가운데 토지주가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21일 평택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서정동 2-3, 2-58번지 부락산 임야 2천990㎡ 규모의 부지에 도로 신설과 부지 조성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A업체는 이날 오전 8시 50분께 포클레인 1대와 인부들을 투입해 공사에 들어갔다. 인근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찾아 벌목을 당장 중단하라며 현장관계자들에게 항의했지만 업체 측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찾은 현장은 공사 허가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현장 주변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테이프가 설치돼 있었다.

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부락산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평택시에 민원을 넣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장은 중장비가 투입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수십 그루의 소나무가 베어져 곳곳에 나뒹굴었다.

인부들이 전기톱을 이용해 나무들을 베어내면서 발생한 소음과 흙먼지가 인근 주거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자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항의도 이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자신들의 건축허가를 위해 나무를 고사시키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천공 등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급하게 공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해당 부지 내에 벌목된 나무들에서 지름 3∼4㎝ 정도의 구멍이 여러 개씩 뚫려 있는 모습을 발견한 주민들은 누군가가 나무를 죽이기 위한 고의적 천공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 김모(53)씨는 "나무에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돼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 확실하다"며 "얼마나 급하게 공사에 들어갔으면 방음·방진벽도 세워 놓지 않고 벌목을 시작하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조만간 평택시에 공사업체가 고의적으로 나무에 구멍을 뚫었는지와 약품 사용 여부 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A업체 현장소장은 "업체에서 고의적으로 나무에 구멍을 뚫을 이유가 없다"며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손실금이 막대해 서둘러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택=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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