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대표하는 개혁 군주인 정조는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었다. 용주사는 정조의 효심이 깊이 묻어나는 원찰이다. 정조는 보경 스님에게 ‘부모은중경’이란 설법을 듣고 원통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더욱 그리워했다. 그리고 양주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화산 현릉원(현재 융릉)에 옮긴 뒤 아버지 넋을 기리며 무덤을 돌볼 사찰인 원찰을 짓고자 했다.

둘러보니 무덤 가까운 곳에 신라 문성왕 때 지었다는 갈양사가 병자호란 때 불타 터만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이곳에 용주사를 짓는다. 절을 다 짓던 날 밤 정조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깬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이제야 한을 풀고 승천한 것이라고 믿고 ‘용주사’란 이름을 직접 지어 내린다.

▲ 용주사 대웅전
조선은 유교사회였기 때문에 왕이 나서서 절을 짓는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발이 어마어마했다. 아무리 부모의 넋을 기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애달픈 죽음과 정조의 효심을 아는 백성들과 상인들은 성금을 모아 용주사를 짓는 데 앞장선다.

정조는 아버지 무덤에 참배할 때마다 용주사에 들러 아버지의 넋을 기린다. 그래서 용주사는 보통 절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와 유물을 지니게 됐다.

용주사는 아담한 숲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효행박물관 관람과 템플스테이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달 24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되는 ‘I am 템플스테이’는 성인과 중고생,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 외국인 성인, 외국인 청소년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속 ‘명상을 통한 힐링파워 프로그램’은 명상(숨소리 듣기, 수식관)에 참여해 몸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해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발우공양(鉢釪供養)도 어린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발우는 절에서 스님이 쓰는 밥그릇이며, ‘적당한 양을 담는 밥그릇’이란 뜻을 갖고 있다. 발우공양은 단순히 밥을 먹는 식사 예법이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법공양(法供養’)이라고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평등하게 음식을 나누고, 물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는 불가의 전통적인 식사법이다. 발우공양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무소유와 깨달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용주사를 찾으면 다양한 문화재를 통한 역사 체험과 템플스테이를 통한 정서 함양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 용주사 천보루와 오층석탑
# 관람 포인트1- 용주사에서 찾을 수 있는 궁궐의 구조

왕은 언제나 중심에서 걷고 선다. 그래서 궁궐은 왕이 다니는 가운데 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이 있어 세 개 문으로 나뉜 삼문 형식을 띠게 마련이다. 또 왕이 있는 건물을 중심에 두고 문을 중심으로 행각을 둘러 중심 건물이 위엄을 갖추게 한다. 용주사에 들어서서 문을 지날 때 가만히 살펴보면 삼문 형식에 양쪽으로 행각을 거느린 건물을 만나게 된다.

용주사 ‘천보루(天保樓)’도 궁궐 건물에서나 볼 수 있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아래층 6개 돌기둥 위에 올려진 2층 누각은 삼면으로 누마루를 댔다. 격식이 높은 건물이란 의미다.

용주사 지붕은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또한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으로 꾸몄다. 건물 안쪽 삼존불상 뒤에는 세울 당시에 그린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의 삼존불화가 있다.

▲ 바루공양
# 관람 포인트2-김홍도의 ‘후불탱화’

사찰 중심 건물인 대웅보전에는 매우 유명한 그림이 걸려 있다. 세 분의 부처님 뒤로 걸려 있는 그림을 ‘후불탱화’라고 한다. 정조는 부모에게 최고의 작품을 선물하고 싶어서 당시 최고의 화가 김홍도에게 지시해 후불탱화를 그리게 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홍도가 그렸던 원래의 그림이 아니라 조선후기에 다른 화승이 김홍도의 그림을 본떠 새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절에서 봐 왔던 그림과 사뭇 다른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양에서 쓰는 물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밝고 어두움을 서양화에서 쓰는 음영법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림은 길이 3.2m, 폭 2.7m 크기의 화면을 위아래 2단으로 나눠 그렸다. 상단은 중앙에 현재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왼쪽에는 과거불인 약사불, 오른쪽에는 미래불인 아미타불을 그려 놓았다. 하단에는 10대 보살 및 가섭과 아난, 그리고 나한과 사천왕 등을 배치했는데, 그림 안의 여러 상들이 모두 상단의 삼세불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어 원형 구도를 이루고 있다.

▲ 용주사 템플스테이
# 관람 포인트3- 10가지 부모님의 은혜 ‘부모은중경’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소중한 은혜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얘기한 경전이다. 정조는 보경 스님의 부모은중경 강의를 듣고 깊이 감동해 그 뜻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최고 화가들을 불러 모아 목판을 새겼다고 한다.

부모은중경에는 부모의 10가지 은혜가 담겨 있는데 어머니가 품고 지켜준 은혜, 해산의 고통을 이겨낸 은혜,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쓴 것을 삼키고 단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 젖을 먹이는 은혜 등을 담고 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 템플스테이

개인 참가자:매주 토요일 오후 2시(1박 2일)

단체 참가자:10인 이상 단체는 수시 가능

참가비:일반·청소년 5만 원, 어린이 4만 원

준비물:개인 세면도구, 수건, 여벌 옷, 운동화(편한 신발), 양말, 개인 물통

문의·안내:템플스테이 연수국 ☎031-235-6886

홈페이지 www.yongjoosa.or.kr/temple

◇ 효행박물관

개관 시간: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료:어린이-개인 700원(단체 500원), 청소년-개인 1천 원(800원), 어른-개인 1천500원(1천300원).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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