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애경사 건물 철거를 계기로 건축자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호일보(2017.6.19)보도에 따르면 마침 중구가 관내 소재 근현대 문화유산 전수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조사가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간 인천에서 진행된 조사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대기에 세워진 건축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문화재청 주도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도 이 계획에 따라 2004년 관내 근대문화유산을 조사해 ‘근대문화유산 목록화보고서’를 작성했다.

 148개 문화유산이 수록된 이 보고서는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갖지만, 제대로 된 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별도로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남부 종합학술조사(2003)와 인천북부 종합학술조사(2004)를 실시해 많은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해 냈다.

 이후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보전대상 문화유산 목록작업(서울, 인천, 경기편, 2008)’, 인천시립박물관의 ‘인천근현대 도시유적’(2012)이 발간됐다. 이외에도 공개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와 중구가 실시한 보고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보고서 수만 놓고 보면 인천시 소재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장조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유산을 발굴하기보다는 앞서 발표한 자료를 재탕한 보고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이 2015년에 발간된 ‘골목길 숨은 보물찾기’다. 이 책은 앞서 간행된 보고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문화유산을 담고 있다. 더욱 소중한 가치는 뜻있는 시민들이 현장을 찾아 다니며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건설을 위해 지속적으로 근대건축물을 철거해온 중구가 이제라도 근대문화유산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하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과 범위, 기간과 방법, 조사기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건축자산 전수조사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기존 보고서를 목록화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으므로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행정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건축자산 전수조사 방식에는 일괄조사와 연차별조사가 있다. 일괄조사는 관할 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번에 조사하는 것이고, 연차별 조사방식은 관할구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꾸준히 조사하는 방식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지역에 산재한 건축자산을 제대로 찾아내는 데에는 연차별 조사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조사방식은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제고는 물론 예산 투입, 조사인력 확보, 발굴된 건축자산의 처리방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조사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건축자산 기초조사 자료인 건축대장 내용이 안고 있는 오류 가능성도 전수조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각종 문헌자료, 사진과 지도, 그림엽서와 비문자 매체를 활용해 건축대장에 기록된 내용의 오류를 짚어내고 정확한 내용으로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립박물관과 화도진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활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헌자료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분석해 입체적인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가가 조사를 주도하는 것이다. 나아가 근대(고)건축전공자를 선발해 전수조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천지역 건축자산에 대한 전문가를 키우는 역할도 이번 전수조사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또한 낡은 건물의 구조안전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책을 세우고, 조사 결과를 널리 알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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