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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은행 365코너의 현금봉투는 왜 빨리 없어질까? 도로가에 심은 살구나무의 살구는 왜 익기도 전에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섬진강의 쏘가리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멸종되는 일은 왜 발생할까? ‘공유’와 ‘공용’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자신의 집 컴퓨터는 조심스럽게 사용하면서 도서관 컴퓨터는 쉽게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가렛 제임스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다. 생물학 교수였던 하딘은 196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유지의 비극’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 공유지 비극의 원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한 번 따져보자. 공유자원은 소비에 있어서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을 갖고 있다. 즉 원하는 사람은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공유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각자 이기심을 추구한다. 즉,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선택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종종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이론과 대비된다. 인간의 이기심이 개인의 이득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이득으로도 이어진다는 그의 이론은 허상에 불과했음이 다방면에서 증명되는데, 하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인간의 이기심이 공동체의 파괴는 물론 개인의 손해로도 이어진다고 보았다. 섬진강의 쏘가리를 욕심 부려 포획하던 농가는, 줄어든 어획량으로 인해 원래 자신이 경영하던 쏘가리 매운탕 식당마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눈앞에서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영악한 선택에 흐뭇해하던 식당 주인의 표정이 변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공유지 비극의 해법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정부 등이 개입 또는 간섭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공유지를 보호할 수 있다.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준다면 개인들은 자신의 이기심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공유지를 나눠 개별 경제주체인 관련 주민들에게 각각 재산권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져 각자 자기 몫의 공유지를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사용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그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상아를 팔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분별한 밀렵과 포획이 이뤄진다. 케냐 정부는 코끼리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밀렵을 하다 잡히는 사람들에게 중형에 처했지만, 코끼리 수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반면 짐바브웨 정부는 부족별로 공유지를 할당하고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인 사유재산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상아 거래를 합법화하고 상아를 판매한 돈은 부족민들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감소하던 코끼리 수는 서서히 늘어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동체 내부의 의사소통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과 신뢰를 통해 충분히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실례로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은 기존 1사 1촌 운동에 재능나눔이 더해진 것이다. 종전의 마을가꾸기 사업의 의사소통 부족과 1사 1촌의 일회성 운동을 보완한 것이다. 즉, 관계기관장 및 전문가들을 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소속 임직원을 명예주민으로 참여시켜 마을의 숙원사업을 지원한다. 이는 주민들 간의 갈등관계를 적극적인 의사소통으로 해결해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마을을 또 하나의 마을로 거듭나게 한다. 공유지 비극의 해법, 이제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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