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의 세계 대학평가 자료 조작 적발을 계기로 대학사회에서 ‘줄 세우기식 평가’를 지양하고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조작 논란은 지난 8일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올해 세계 대학 순위에서 중앙대가 배제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중앙대는 평가항목 중 졸업생 평판도 설문(employer peer review)에서 조작 정황이 발견돼 ‘순위권 제외’ 판정을 받았다. 해당 설문은 대학이 아닌 기업체 인사담당자가 직접 답해야 하지만, 중앙대는 교직원이 설문을 작성해 제출했다.

학교 쪽은 "평가 실무 담당자가 순위 상승에 기여하려는 과욕과 오판으로 본인이 직접 졸업생 평판도 설문에 답을 입력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19일 총장과 부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일련의 사태가 일부 개인의 우발적이고 일탈적 행위에서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번 일은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교육부와 언론사의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사회는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서열화를 조장하는 대학평가의 근본적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일례로 보통 대학의 ‘국제화’ 수준을 따질 때 외국인 교수 수와 영어강의 개설 수를 지표로 삼지만, 국제화 지표를 높이려고 대학이 무작정 외국인 교수를 늘리거나 영어강의를 개설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대학평가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강요하고 취업 관련 항목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교수노동조합 관계자는 "재단이 만든 법인에 학생들의 이름을 올려 학생 취업률을 조작하는 사례도 있다"며 "취업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취업과 직접 관련 없는 강의들이 사라져 학문 다양성도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실적을 올리라며 교수들을 압박하고, 엄정한 학사관리를 명분으로 상대평가를 강요하는 등 교수의 재량이 침해된다는 비판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평가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사립대 교직원은 "대학평가마다 잣대로 삼는 지표가 들쑥날쑥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느 지표에 비중을 더 두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곤 한다"고 말했다.

고부응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지표로 평가하다 보면 대학은 교육의 질이 아니라 지표 높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 내 기관이 학문과 연구에는 관심이 없고 평가 순위를 높이는 게 주된 업무가 됐다"고 꼬집었다.

줄 세우기식 순위 평가보다 대학이 갖춰야 할 기본적 기준을 정하는 ‘인증평가’ 방식이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 교수는 "대학평가는 줄 세우기식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대학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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