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3일 여야 간 국회 정상화를 위한 3대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날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 때 합의문 도출 불발의 책임이 여권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한국당은 정국 정상화의 조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5대 비리 원천배제 공약을 위반하고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 강행한 데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할 것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 검증 라인의 부실검증에 대한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 ▲추가경정예산안을 다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것을 내걸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생산적 국회 모습도 재개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오는 28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전날 눈물까지 훔치며 한국당의 추경 논의 거부를 대선불복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우리가 언제 문 대통령을 단 한 번이라도 부정한 적이 있었나. 지나치고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또 "우 원내대표가 야당 탓하며 눈물을 흘릴 게 아니라 먼저 대통령에게 이래선 안 된다고 직언하는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제어하고 정확한 민심을 전하는 것이 여당 원내대표의 소임"이라고 압박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한국당을 ‘백해무익 집단’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상대를 인정하려는 최소한의 인식도 없는 분 아닌가"라며 "야당이 발목 잡고 어떻게든 새 정부를 못 되게 하려고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당은 ‘신(新) 부적격 3종 세트’라고 규정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사퇴 공세도 강화했다.

 윤재옥 의원은 송 후보자에 대해 "일종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사람이 다시 공직에 복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고, 전희경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사회주의 추종자’라며 "교육 수장으로서 위험인물"이라고 몰아붙였다.

 한국당은 겉으로 추경은 물론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도 응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지만 정부조직법의 경우 논의에 들어갈 여지도 뒀다.

 정 권한대행은 "정부조직법 심의에 들어가는 것은 야당도 어느 정도 동의돼 있는 상태이고 지금도 유효하다"며 "다만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두 야당이 정부조직법 심사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상황에서 추경에 이어 정부조직법까지 막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당내 일부에서는 추경 또한 언제까지 반대만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 권한대행은 "대안에 대해서 저도 생각하는 게 있고 여당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돌파구를 찾기 위한 여당의 여러 가지 전략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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