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노인·저소득층 월 1만1천 원 요금 추가 감면, 선택약정할인 25%로 상향, 공공WIFI설치,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았지만 끝내 기본료 폐지는 담기지 못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사실상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 폐지라는 큰 카드를 내밀었다가 후퇴한 모양새여서 이번 정책결정 과정, 후유증은 두고두고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게다가 시장주체인 소비자와 통신업계는 이번 인하안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측을 대변하는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인하 폭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업체들은 정부가 민간기업 상품의 가격을 설정하는 것은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본료 일괄 폐지란 최악의 경우는 피했어도 이중삼중 부담을 떠안게 된 이통사들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 총액은 3조5천976억 원으로 절감 대책이 시행되면 당장 적자로 돌아서게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25% 요금할인이다.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 할인율이 5%p 높아지면 이통3사의 연간 매출은 최소 5천억 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선택약정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릴 때 순응했던 이통사들이 이번에 거세게 저항하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가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취약계층 추가 할인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통신사만 압박할 게 아니라 추가 지원을 하고 싶다면 정부 재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게 맞다. 통신서비스 요금, 단말기 가격, 보조금과 장려금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만으로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는 힘들다. 당장 어렵겠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해 이동통신사들은 서비스만 판매하고 단말기 유통은 제조사가 담당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정부의 의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통신산업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피부에 와 닿는 요금 인하 혜택을 누릴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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