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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문재인 정부가 하는 걸 보고 많은 이들이 나랏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걱정할 나랏일이 왜 없을까마는 최소한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 농단, 국정교과서, 블랙리스트, 불통 같은 일에 분노해 촛불을 밝힐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다. 기대 이상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사였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민정수석 조국, 공정위원장 김상조의 발탁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의미심장하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나는 이런 일을 하겠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교수이자 사회활동가여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됐다. 재벌 개혁과 검찰 개혁의 최선봉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국가가 왜 실패하는가」는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모글루 교수의 저서 제목이다. 요점은 법이 공정하게 시행되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 않아 특정계층이 소득을 착취해 부를 독식하는 제도가 지배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장하성과 조국과 김상조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처에 널려있는 반대 세력의 저항을 막아줘야 한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문재인 지지율 80%라는 고공행진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무장관 후보(이미 낙마했지만)나 국방장관 후보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송영무 장관 후보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국방의 지휘관으로서 역량과 자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의혹 수준이라고 하지만 송 후보는 2009년 1월부터 2년9개월간 어느 법무법인에서 매월 3천만 원씩 모두 9억9천만 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전문용어나 배경지식을 설명한 데 따른 자문료"라고 해명했다. 국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차라리 방산 로비스트 역할을 요구해서 3년을 못 채우고 나왔노라고 거짓(?)말이라도 했으면 나을 뻔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 법무법인의 상임고문이 되는 과정에서 당시 근무하던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제출한 겸직허가신청서에 ‘비상근직’이라고 기재하고 ‘약간의 활동비’를 받는다고 했다. 매달 3천만 원이 약간의 활동비라면…, 제대로 받는 급여라면 월 10억 원쯤 돼야 하는가. 또 송 후보는 특정 방산기업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2억4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업의 해군 납품액수가 자문료를 받는 기간 중 1천305억 원에서 4천371억 원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해군참모총장 시절 ‘계룡대 군납 비리’ 사건 처리 과정이나 딸의 ADD 취직 과정, 수상한 휴가·휴직 사용도 논란이 되고 있고, 1999년 연평해전으로 받은 훈장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도대체 이런 행태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군인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제1장은 ‘부정부패가 없는 대한민국’이며 이 가운데 방산(防産) 비리 척결이 명시돼 있다. 대통령은 방산 비리에 대해서 ‘이적죄’에 준해 처벌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물론 송 후보는 나름대로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할 수 있고, 상당한 의혹이 부풀려졌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호소해보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사리사욕을 멀리하고 목숨을 바친 이순신의 후예로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현역·예비역 장병들에게 떳떳한가? 국방장관은커녕 이미 드러난 의혹들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 아닌가.

 ‘국민’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자세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예로 문제가 꽤나 많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국민의 지지가 높다는 이유를 내세워 장관에 임명한 (지지율 60%) 일도 받아 들어주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80%를 방패로 쓰지 말고 솔직하게 ‘앞서 말한 의혹들에 대한 의견과 함께 조사 설문(設問)에 청문회보고서 채택을 위한 여야 합의가 아니라 비리나 의혹이 지나친 후보자를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제시해 보라. 적어도 국방장관 후보를 비롯해 앞으로 장관 후보자 전원에게 적용시켜 보라. 국인은 안보(安保)가 기본이다. 진정한 자세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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