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매우 길다. 그 중에 고교생활은 3년이다. 또 계획과 생각은 가깝다. 그 중에 실천은 멀지만 그것은 당신의 의지다."

 20년 가까이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 지도와 입시를 치러 본 백석고등학교 조한우(3학년 부장)교사가 고교생활의 중요성과 대학입시에 대비한 전략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달한다.

 조 교사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절을 고교시절이라고 강조하면서 1학년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함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를 ‘생활의 측면’과 ‘학업의 측면’으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 생활의 측면

▶교사와 친해져라

공부를 제법 잘하는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상관없이 교사 가까이 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교에 진학해 학생들의 주된 생활공간으로 자리잡는 곳이 바로 ‘학교’다. 1학년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8~12시간. 일반적으로 정규수업이 6~7교시이고, 거기에 방과후학교, 심화수업,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 등을 다 거쳤을 경우 12시간을 넘어 실제로 학생들이 동급생을 빼면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다.

 인간적인 친밀감은 둘째치고라도 교사가 학생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을수록 학생에 대한 교사의 판단·평가·진단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학생이 갖는 교우관계, 진로·적성 문제, 학업 문제, 가정에서의 문제 등의 어려움을 수월하게 파악·대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담임교사 1명이 학생 30여 명을 담당한다고 할 때 교사가 모든 학생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파악을 한다는 것은 솔직히 한계가 있다. 물론 담임교사가 교과담임보다는 학생들과 훨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교과담임 역시 학생들의 특기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이 교사와 많은 접촉을 갖는 것은 생활기록부에 보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서라도 절실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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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에 성실하라. ‘등교’

이 항목은 지각과 관련된 부분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오전 8시 4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학교의 입장에서 학생이 질병으로 인해 지각을 할 때는 당연히 ‘질병지각’으로 처리한다. 이렇다 할 사안이 없을 경우에는 ‘무단지각’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무단지각’이 많을 경우 수시전형에서 학생에 대한 평가영역 중의 하나인 ‘인성-성실성’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학생부 비교과영역 평가 항목 중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출결’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 선택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성실성을 주요 항목으로 보는 대학(교대, 사관학교, 사범대)의 경우 지원하기가 매우 모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무단지각의 차원뿐 아니라 생활 습관의 차원에서도 학생들이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교에 일찍 등교하는 것이 좋다. 이는 남들보다 1시간여를 더 학업에 투자할 수 있고, 전날 못다 한 과제 수행을 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자기 탐구의 시간을 갖게 된다.

▶실질적인 봉사활동과 독서를 실행하라

보통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봉사활동을 3년간 60시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규정 자체에 대한 이해는 틀리지 않지만, 실제로 대학에서 비교과영역의 유의미한 봉사활동으로 보는 것은 바로 주기성(지속성)·성실성·진실성 등이다.

봉사활동은 시간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1학년 때부터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얼마만큼 주기적으로 했느냐, 그리고 그 봉사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했느냐’다. 이것은 단순히 공공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적어도 한 달에 1~2회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노인복지, 유아복지, 재능기부 등 학생 본인이 실제로 해야 하는 봉사활동은 대학에서 유의미한 봉사활동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봉사와 함께 중요한 것이 ‘독서’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로 어쩌면 일부 교사들마저 독서가 진로와 적성에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공과 적성에 맞는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의 입장에서 학생이 정말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탐구하는 학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에서 학생을 판단하는 동향으로 봤을 때 독서는 학생의 인성·지성·적성 등 영역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인문·사회·과학·기술 등 인문과 자연과정을 가리지 않는 독서여야 한다. 즉 전공수업과 관련해서는 전공 관련 독서가, 봉사활동과 관련해서는 봉사 관련 독서가, 그리고 무엇보다 인성과 관련해서는 인문 관련 독서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모든 영역에 걸친 다양한 독서가 꼭 필요한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학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서활동이 미진한 학생의 경우 수업 중 어휘력이 짧아 글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독해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풀이에 있어서도 발문과 선지(선택할 수 있는 항목)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내놓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풍부한 독서는 학생으로 하여금 올바른 태도나 자세를 함양하는 데도 도움이 될 뿐더러 수업의 장면, 대학의 학생 평가의 장면 등에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교내 다양한 행사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많은 학생들이 교내에서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교내 다양한 활동은 본인의 적성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와 진로 등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색의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 현실적으로 대학입시 차원에서 생활기록부에는 교외활동을 뺀 교내활동은 모두 기재하게 돼 있다. 이는 학생 평가의 척도로 작용하게 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

학생들은 리더십영역에서의 정·부반장 선거, 학생회 선거, 학교 축제활동, 도서관 활동 등에 참여하거나 학업영역에서의 각종 경시대회 및 행사에 참여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했을 때 생활기록부상의 수상경력과 창의적 체험활동, 개인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등 란이 채워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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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의 측면

▶모든 교과의 고른 공부가 중요하다

1학년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에 그리 많은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공부 역시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할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이럴 때는 결국 ‘전 교과에 다 힘써라’이다. 대학입시에서 전 교과를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등 몇몇 대학이 있다. 전형에 있어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교과영역에서 계열별로 인문(국·영·수·사) 혹은 자연(국·영·수·과)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내신등급이 비슷한 학생끼리의 경합이 생길 때는 전 교과를 참고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학에서의 전공과 관련한 과목에 더욱 많은 힘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학년일 때는 아직 명확한 계열정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열을 명확하게 정했다 하더라도 3학년 과정에서 계열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전 교과에 힘써야 하는 것은 장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학생부종합 대입 추세를 볼 때 예체능을 비롯해 제2외국어 영역이 대입 평가요소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내신과 수능 준비를 함께 하라

내신은 좋은데 모의평가가 약하고, 모의평가는 좋은데 내신이 약한 학생들이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수시원서 접수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든 학생부교과전형이든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유형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일반적으로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대학 및 전형의 경쟁률은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경우의 경쟁률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후자의 경우 실제로 모의평가는 전교 1~2등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내신이 1점대 후반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수시 지원에서 상위권 대학에 원서를 쓸 수 없어 정시만 지원했었는데, 정시 역시 특정 과목(사회탐구 영역 중 한 과목)에 실패해 본인이 쓰고 싶었던 대학에 원서를 쓰지 못하고 다른 대학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례로 볼 때 학생들은 철저한 학업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짧게는 일일 계획부터 길게는 월중 계획, 분기별 계획, 연중 계획 등까지 될 수 있는 한 견고한 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60~70%만이라도 실행에 옮긴다면 분명 입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에 매진하라

입시에서 어떤 대학과 학과를 막론하고라도 교과영역에서의 학생에 대한 주요 평가요소 중 하나는 ‘자기주도성’이다. 대학에서는 사교육에 의해서 만들어진 학생보다는 자기주도적으로 자기계발을 한 학생을 분명히 선호한다. 실제로 학교와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한 학습을 많이 받는 학생보다 성적이 높다는 것은 매우 일반화돼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의 반복이 아닌 자발적 공부의 심화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8시간 정도 수업을 듣고 학원에 가서 2~3시간 수업을 듣는 학생보다는 정상적인 일과를 마치고 스스로 하루에 3~4시간 또는 5~6시간을 예습과 복습에 매진하는 학생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정말 필요한 특정 과목에 한해 일주일에 1~2회 정도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독서활동과도 맞물려 있는데,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에 임하는 학생은 당연히 관련 독서활동이 이뤄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독서활동과 교과와의 연계는 자기주도적인 학생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결국 학교에서 이뤄지는 정규수업, 각종 방과후학교, 심화과정 등에 성실히 임하고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 및 가정에서의 공부 시간을 확보해 독서활동과 병행하며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공부하라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학생들이 너무 ‘풍선 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들 한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학생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과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분명히 다른 주요 과목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국어·영어에 매진하다가 수학을 놓치고, 수학에 매진하다가 국어·영어를 놓치고, 또 국어·영어·수학에 매진하다가 탐구영역을 놓쳐 3학년이 되면 탐구영역에 매진하겠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어떤 경우라도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는 반드시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계획에 따른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학년 때부터 하루 학업량을 계산해 본인에게 더 필요하다거나 더 중요한 공부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할애하면서 다른 공부 또한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탐구영역의 경우 반드시 수능과목 중의 한 과목(인문-사회문화·생활과윤리·법과정치·경제·한국지리·세계지리, 자연-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2학년 때 한 번은 완성해서 3학년에 진학하라는 것이다.

탐구영역 또한 국어·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결국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계산이 돼 수능 점수로 산출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야만 3학년이 돼서도 균형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고,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 차례는 13. ‘예체능 정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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