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방송될 SBS특별기획「대망」(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의 `재영'역으로 사극에 첫 도전하는 탤런트 겸 영화배우 장혁(27).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게 기른 단발에 선글라스로 앞머리를 살짝 올리고 가죽재킷 차림으로 9일 오후「대망」시사회장에 등장한 그에게서 `댕기머리 청년'의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그는 분명 껄렁껄렁한 `양아치과'에 가까워보였다.

주체하지 못할 만큼 뛰어난 공력을 가진 `문제아'로 나온 영화「화산고」나 작심하고 `양아치'가 됐던「정글쥬스」, 반항기 다분한 재벌 2세로 변신한 SBS드라마「명랑소녀 성공기」까지. 앞서 출연작들에서 너무 강한 인상을 심어준 탓일까.

장혁은 무게감을 덜어낸 `젊은 사극'을 만들고 싶다는 김종학 PD의 뜻에 따라 이요원.한재석.손예진 등 통통 튀는 신세대 배우들과 함께 주연으로 전격 발탁됐다.

"`재영'은 아주 평범한 인물이에요. 극중 `칼은 마음가는 대로 쓰면 그게 곧 뛰어난 검술이 된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 표현처럼 꾸밈없이 순수하게 행동하면서 도 `힘'보다는 유(柔)와 덕(德)으로서 사람들을 끄는 인물입니다."

`모래시계 신화'의 주역인 김종학 PD, 송지나 작가, 서득원 촬영감독이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화제를 모은「대망」은 18세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재력을 이용해 권력을 얻으려는 상인 휘찬(박상원)과 그의 아들 시영(한재석), 또 다른 의붓아들 재영(장혁)의 이야기가 무협영화를 방불케 하는 호쾌한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아버지 편에 서서 출세를 좇는 시영과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뒤 집을 떠나 훗날 거상으로 성공하는 재영(장혁)의 대결 구도가 중심축. 양반집 규수 `여진'(이요원)과 남장여자 `동희(손예진)'와의 로맨스도 이 작품의 또다른 견인차다.

사극이 처음인 장혁은 `열혈팬'들이 손수 마련해준 `역사신문'과 조선시대 관련 부분 스크랩, `삼국지' 등 무협소설을 읽으면서 연기 내공을 쌓고 있다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여서 많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철저한 고증을 거치기보다 현대성이 가미된 `퓨전사극'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아랫사람이나 동료에게는 트렌디 드라마처럼 말하다가도 윗사람에게는 정통사극의 존댓말을 써야하는 부분이 아직까지 헷갈리긴 하지만요. 가능한 한 저에게 없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많이 배워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작정입니다."

하이라이트만 모은 `맛뵈기 필름'을 봐서는 일단 그의 연기는 합격점을 넘긴 듯했다. 사극투의 대사 처리가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탐욕스런 아버지의 음모로 자신의 죽마고우가 참수(斬首)당할 때 절규하는 대목이나 섬뜩한 눈빛 연기는 또다른 `영웅' 탄생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이 공중을 날거나, 쩌렁쩌렁대는 금속성 음이 귓가를 파고드는 칼싸움 등 고난도 무술장면이 매회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장혁은 무술을 앞세운 `시영'과 대비되는 온순한 역할인 만큼 액션신은 거의 선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얻어터지는'장면이 많아 이곳저곳 다쳤다고 장난스럽게 투덜댔다. 그는 30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내기도 했다. "`와이어 액션'이 많은 영화「화산고」를 찍으면서 단련이 됐는지 별로 무섭거나 힘들지는 않더라구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늘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면서 유한 분위기를 풍기는 안성기 선배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어떤 질문이든 거침없이 똑 부러지게 답하는 그를 보면서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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