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가 노하여 상황을 살피지 않고 조조를 죽이려 한 일이 있다. 그때 유비가 재빨리 눈치를 보내 만류했고, 관우가 참았다. 그러고 나서 유비에게 묻기를 "조조가 임금을 업신여기기에 제가 죽여서 나라의 화근을 없애려 했는데 형님은 왜 말리셨소?" 하니 유비가 대답했다.

 "예부터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을 깰까 걱정한다는 말이 있다. 당시 조조는 바로 황제 옆에 있는 데다 상방 좌우에는 조조의 심복들이 에워싸듯 있었다. 동생이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솔히 행동했다가는 자칫 황제를 다치게 할 수 있고 우리는 천고의 죄인이 되는 게 아니냐."

 세상사 의욕과 원리원칙에 따른 과감성이 빛을 발할 때가 많다. 하지만 때와 장소, 방법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경솔하게 나서는 일은 우리 속담에서 말하듯 쥐 잡으려다 장독 깬다는 격이 아닐는지. 요즘 제1야당의 지도부나 중진들은 소위 탈당파를 막지 못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유비처럼 은인자중하기를 권하지 못한 자신들을 질책하고 있지는 않을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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