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기업을 가고 싶어도 제약사들은 경력직만 원해 취업하기 쉽지 않아요."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이 던진 말이다.

요즘 기업들의 채용 추세는 경력직 선호다. 그렇다 보니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쌓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인천대학교 생명공학부 졸업 예정인 이종혁(25)씨도 마찬가지다. 이 씨는 최근 인천대 혁신인력개발센터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교육과정을 신청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교육은 20명이 정원이다. 그런데 이 씨를 포함해 60명의 수강생이 몰렸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도 구분하지 않았다. 관련 학과 전공자는 학교에서 이미 배웠던 내용도 일부 다시 배워야만 했다.

이 씨는 "요즘은 단순히 학과만 졸업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스펙을 쌓고 있다"며 "취업과 연계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기업들은 현장실습 경험이 많은 인재 채용을 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논리다. 기업들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인 ‘우수 의약품 생산기준(GMP)’ 제도를 관련 학과 정규교육 등에 포함시켜 달라고 대학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한 관계자는 "GMP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에 관련 교육을 받지 않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의 경우 자체 교육을 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이나 신생 바이오기업은 자체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 인재 채용을 위해 제도와 예산 등을 지원해 ‘바이오산학협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균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 첨단 클러스터는 모두 지역 명문 대학이 견인하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가 지역 대학을 졸업해 지역 기업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대학의 인턴을 뽑아 실습을 하거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팀을 꾸려 연구를 하고, 관련 기업의 연구자를 멘토로 삼는 ‘R&E 과학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원하는 전문인력 양성과 더불어 해당 기업들도 지역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혁신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수강생(취업 예정자)의 70%를 지역 바이오 중소기업에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이라며 "지역 바이오기업이 지역 인재를 채용하면 지자체 등에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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