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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사랑이 가문 간의 반목으로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400년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후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이 서사를 모티브로 다양하게 창작됐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61년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유명 작품을 각색할 경우 친숙한 이야기라는 이점은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전개와 기대감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과는 다른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매력을 만나 보자.

 미국 뉴욕의 서쪽 지역 웨스트 사이드. 이곳은 주로 빈민층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할렘 지역으로 잦은 말썽을 빚는 곳이다. 당시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이민자는 두 층으로 분리돼 대립했는데,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샤크 파와 이탈리아의 제트 파가 앙숙을 이뤘다. 제트 파의 댄스 파티가 있던 날, 샤크 파가 이들을 찾게 되면서 두 집단은 색다른 기 싸움을 펼친다. 파티를 폭력으로 망치는 대신 댄스 배틀을 벌이는 방식으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서로를 맹렬하게 바라보던 눈빛 속에서 그만 뜻하지 않은 사랑도 싹트게 된다.

 마리아와 토니는 각각 샤크 파와 제트 파로 앙숙 관계였지만 운명적 이끌림은 피할 수 없었다. 가슴 터질 듯 뜨거운 마음을 누를 수 없었던 토니는 한밤중 위험을 무릅쓰고 마리아를 찾아가고, 이들은 비상계단에 앉아 사랑을 속삭인다. 하지만 두 집단 간의 갈등은 과격한 양상을 띠며 급기야 살인사건까지 벌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토니도 이에 동참하게 된다. 이후 증오심이 극에 달한 두 집단은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을 이해할 여유도 없이 비극적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청춘의 사랑과 해묵은 두 집단 간의 갈등을 당시 미국 내 이민자 사회의 문제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는 춤과 노래가 결합되는 특징으로 인해 주로 비극보다는 희극에 적합한 장르로 인식됐는데, 이 작품은 그런 고정관념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이 새로운 시도는 모던한 음악과 드라마틱한 춤의 향연, 사실적인 대사 및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퍼포먼스의 결합으로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비극적 결말 이후 두 집단의 깊은 후회와 이를 통한 화해는 분열 대신 사랑과 용서로 사회를 통합하려는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전례 없던 시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2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주연, 감독, 촬영, 편집, 미술, 의상 등 대부분의 상을 석권하며 10관왕의 놀라운 기록을 세운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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