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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우리는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기관을 두어 국회의 의사결정을 곧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결정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한 귀결로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그가 속한 정당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에 소속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를 막론하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판단하고 행동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제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가 최근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을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는 나라인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청문회는 일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시험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국민의 대표기관에 의해서 말이다. 면접관이 면접 결과 하자투성이로 능력이 없어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데도 후보들은 하나같이 스스로를 능력있다 하고 자천(自薦)들을 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정승 판서 자리에 부름을 받고 사양한 후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정치인이야 그렇다고 치자. 사계(斯界)의 석학(碩學)이라 일컬어지던 인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이 장관 자리의 적임자라 한다. 이제는 이들에게 있어 곡학아세(曲學阿世), 폴리페서(Polifessor)라는 말은 더 이상 수치스러운 표현이 아니다. 다만 귓가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쯤으로 여기는 세태다.

 일반 백성들이 들어 살 집, 여염집 하나를 지을 때에도 튼튼한 기둥과 대들보감을 고른다. 마룻대에 써 넣는 상량문에는 화재를 예방하는 수신(水神)을 의미한다는 ‘龍(용 룡)’자와 ‘龜(거북 구)’자를 서로 마주보게 쓴다. 이어 하늘에서 해와 달과 별의 삼광이 이 집에 감응해 주시고 땅에서는 오복이 구비되게 해 주시라는 염원을 담은 "應天上之三光(응천상지삼광) 備地上之五福(비지상지오복)"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상량문을 넣는다.

 한 나라의 정치를 이끌어 가는 집단의 자리인 장관감을 검증하는 청문회다. 주기둥과 대들보는커녕 서까래 깜냥으로도 모자라 보이는 후보들이 일국의 장관 후보로 추천을 받아 그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공자는 정치라는 것은 올바른 것(政者正也)이라 했다. 그는 이어 "바로 그대가 바름으로써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감히 누가 바르지 못하겠는가?"라고 후인들에게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또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고 분토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 할 수 없다(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오也)"라고 했다.

 도편수가 주기둥과 대들보감이 안 되어 못쓴다고 하고 있고 조각가도 나무가 썩어 문드러져 도저히 조각할 수 없는 목재라 하는데도 구태여 중히 써야겠다고 하니 이 또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국가의 장관자리는 유행가 가사처럼 ‘앉으면 임자’가 아니다. 자리에는 임자가 따로 있는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하니 도덕의 결핍쯤은 비난에 그치면 그만이라고 치자.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률, 실정법을 위반해 사법처리를 받아야 했던 흠결을 지닌 인사를 장관자리에 굳이 앉히려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따지고 묻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 한다. 당선에 대한 보은(報恩)에서 인가. 이것 또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제도 오늘도 의미없는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오직 소속 정당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같은 청문위원들 간에 막말이 오가는 것을 우리는 또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비리 백화점을 보는 듯해 역겨움까지 느낀다. 모두가 부정 의혹과 하자 투성이다. 어쩌면 드러난 장관 후보들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목도하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필자는 최근 본란에서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라는 제하(題下)에 혜안으로 인재를 알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 지인선용(知人善用 )의 지혜와 덕목을 주문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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