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올해 영화제의 화제작을 중심으로 엄선한 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을 1차로 공개했다.


# 김영덕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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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열
▶‘균열’(2017)-엘링거 토로드센, 아이슬란드

늦은 밤 헤어진 남자친구 에이나의 전화에 불길함을 느낀 군나는 황급히 집을 나선다. 한적한 별장에 홀로 근신하고 있던 에이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군나를 맞이하지만, 군나는 점차 이상한 존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느낀다.

게이커플이 헤어진 후 두 사람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의 차갑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추위에 마비된 하얗고 핏기 없는 살갗으로 붉은 피가 배어나는 것 같은 서늘하고 아린 퀴어스릴러.

▲ 누명
▶‘누명’(2016)-아르파드 소프시츠, 헝가리

1960년대 헝가리 변두리의 작은 마을 마르트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극악한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범죄스릴러. 젊은 여인이 참혹한 변사체로 발견된 후 범인이 잡혀 종신형을 살고 있는 동안에도 연이어 일어나는 연쇄살인은 마을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다.

사회주의 동구권의 사회정치적 분위기와 숨 막히는 사회심리적 상태를 배경으로 누명과 진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과 잘못된 수사를 덮으려는 형사들과 고위 권력이 촘촘히 엮인 탄탄한 범죄스릴러.

▲ 하이퍼솜니아
▶‘하이퍼솜니아’(2016)-가브리엘 그리에코, 아르헨티나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여배우 밀레나는 연극의 주연 랄리 역을 맡게 된다. 리허설 도중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극 중에서 납치돼 강제로 매춘을 하는 랄리의 삶으로 직접 빠져드는 경험이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감독은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그려냈다. 픽션과 리얼리티, 과거와 현재를 혼재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

# 남종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 항문남녀
▶‘항문남녀’(2016)-피터 백, 미국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중독 증상을 앓고 있는 에이다와 에런은 정신과 상담을 기다리던 중에 서로를 만나게 된다. 눈이 맞은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서로의 그곳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인간 본연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연인들의 이야기. 하드코어 장르영화 팬조차도 이 작품을 볼 때는 인내력과 참을성을 시험받을 것이다.

▲ 해피 헌팅
▶‘해피 헌팅’(2017)-조 디이츠·루이 깁슨, 미국

알코올 중독자 떠돌이 워렌은 궁핍한 베드포드 지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운이 나쁘게도 이 지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고급 취미생활(?)을 위해 부랑자들을 모으던 중이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인간 사냥을 벌이는 숙련된 사냥꾼이 득시글거리는 이 황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워렌은 지금까지의 모든 무기력을 떨쳐내고 강한 생의 의지를 갖게 된다.

▲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아기의 방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아기의 방’(2006)-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스페인

여섯 편으로 제작됐던 TV 시리즈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 중 알렉스 데라 이글레시아가 연출한 ‘아기의 방’. 완벽하게 개조된 오래된 저택에 한 부부가 갓난아기와 함께 이사를 온다.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때문에 아기의 방에 모니터를 설치한 부부는 요람 곁을 맴도는 누군가의 존재를 확신한다. 흔하디 흔한 유령 들린 집 이야기가 식상했다면 ‘아기의 방’에 주목할 만하다.

한편, 올해 21회를 맞는 세계 최고 판타스틱영화 축제 BIFAN은 오는 13일부터 23일까지 부천 일원에서 개최된다.

부천=최두환 기자 cdh97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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