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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지방 교육청에서 학생 건강체력평가(PAPS 팝스)결과를 발표했는데 체력이 부실한 약골 학생들이 예상외로 많았다며 특별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한다. PAPS (팝스 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라고 불리는 건강체력평가는 기존의 체력검사가 학생들의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부터 교육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왕복 오래달리기, 스텝,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윗몸 말아 올리기, 팔굽혀 펴기 등 12개 종목에서 5개를 선택해 실시한다. 그 밖에 근육량, 지방량, 체지방률 등을 측정하는 비만평가, 심폐능력 정밀평가, 자기신체평가, 자세 이상, 신체 뒤틀림 등을 평가하는 자세평가도 진행한다.

 그 교육청의 평가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평균 4등급 10.7%, 5등급 0.9%로 저체력을 의미하는 4·5등급 비율이 11.6%에 달했다. 쉽게 말하면 청소년 100명 중 10명 정도는 약골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여타의 지역도 이 지역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의 저체력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결과도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남자 13.7%, 여자 11.7%, 2학년은 남자 20.5%, 여자 16.7%, 3학년은 남자 22.5%, 여자 15.8%가 4·5등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입 준비 때문에 스스로 건강 관리할 틈도 없는 고등학생들의 힘겨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한 체력과 건장한 몸을 지니고 있을 시기인 고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 한 바퀴도 제대로 돌지 못하는 약골이라는 사실을 지도교사나 학부모들이 제대로나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 비만율도 유념해서 살펴야 할 부분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6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비만율이 16.5%로 지난해보다도 다소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남고생 비만율은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관련 국제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¼인 17억 명이 비만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비만이 ‘전 지구적인 최대 질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어린 시절에 비만이면 수명이 5∼10년간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고 있기도 한다.

 비만문제도 심각하지만 교육부가 2014년도 초·중·고생들의 신체발달 상황과 건강생활 실천정도(건강조사), 주요 질환(건강검진)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756개 교를 표본 선정해 조사·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들의 시력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가 예상외로 시력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시력이상(나안시력 0.7 이하, 교정 중인 학생 포함)증상을 보이고 있는 학생이 전체학생 중 절반을 넘는 55.1%에 달했다.

 학생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교육부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서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책을 보면 딱히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라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 스스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별 영양과 식생활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체육수업, 학교스포츠클럽, 토요 스포츠데이 등을 통해 체력증진과 함께 신체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도록 한다."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내용이다.

 정부나 교육청 차원의 대책이나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각급학교와 학부모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즉각 실천에 나서야 한다. 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학생 체력과 건강 증진’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옛날보다 식생활 수준이 훨씬 나아졌을 뿐만 아니라 의료 혜택까지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약골’이 돼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두고 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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