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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무리 정권 초기이고 전임 대통령의 실패가 낳은 보수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의 반등효과라고 하더라도 유독 이번 새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는 남다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아직 내각이 온전히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만 예로 들면 원전, 임금, 일자리, 교육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국민들의 호응도 적극적이다. 70%에 이르는 원자력·화력 발전을 대폭 줄이는 ‘전원(電源) 믹스’ 개혁을 비롯해 최저 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대통령 공약 계획이 그렇다. 여기에 힘입어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폐지는 이미 확정적인 단계에 접어 들었다. 또한 야당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위한 추경 예산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더불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학교 간 과도하게 왜곡된 등수 경쟁으로 협력 교육에 장애가 유발된다는 이유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 평가에서 표집 평가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없애겠다는 말이다. 원전의 위험성과 석탄과 화력발전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비중을 낮추거나 없애는 것이 맞다. 노사 문제가 각기 다른 공공기관의 사정과 특수성을 도외시한 채 일괄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 1만 원은 삶의 오아시스 임에 분명하다. 실업 청년과 공공부분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국가의 안정된 일자리 제공은 삶의 질을 높이고 내수를 진작시키는데 필요한 선택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줄 세우기 교육의 폐단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선의에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대가가 따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당장 수백 개의 업체와 5만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한국형 원자로 수입에 관심이 있었던 나라에 회의적인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한편 극도로 낮은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성과연봉제 없이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현 가능한 대안도 필요하다. 놀고 먹는 공무원이 많은 나라에 발전적인 긴장과 활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일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월급과 보너스가 똑같은 과거 철밥통으로의 회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노조는 주지하다시피 공익보다 자신들과 정규직의 기득권 지키기에 열중이다. 또한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종업원의 월수입이 200만 원을 넘기면서 종업원보다 수입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 종업원이 주인보다 수입이 더 많다고 해서 그것을 부도덕하거나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도 임금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며 인건비 때문에 몸살을 앓는 가게와 음식점이 수두룩하다.

 81만 개 공공 일자리는 효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거니와 공짜가 아니다. 그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며 결국 여기에는 비싼 대가가 기다린다. 하지만 그 세금을 어떤 국민이 어떻게 낼지에 대해서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가장 비싼 것은 공짜라는 역설적인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의 변경이 성적 미달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부터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혐의 또한 짙다. 이 평가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바닥을 치는 곳은 대개 친 전교조 교육감이 있는 지역이다. 경기도가 꼴찌를 차지했던 때도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교육감으로 있던 시기였다. 이 평가를 없애는 것이 당장은 교사들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새 정부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던 추를 왼쪽으로 돌려놓고 그 정책을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인식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모처럼 맞은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는 정부의 선의보다 선의로 생기는 청구서에 대한 국민들의 납득 여부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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