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시간이 넘는 세월에 정성을 담아 장애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봉사자가 있다. 인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7년간 3천535시간째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권길용(75·여)봉사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급식봉사는 이제 권 씨 삶의 일부가 됐다. 권 씨가 재료 손질부터 배식까지 정성껏 준비한 한 끼 식사는 장애인들에게도 어느덧 행복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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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씨는 "말주변도 없고 혼자 집에 누워만 있었는데 이러고 있으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나와서 여러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엔 복지관 이용자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누구보다 친근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식당 일이 수월할 리는 없다. 가족들이 매일 집에서 40여 분을 걸어 복지관으로 향하는 권 씨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권 씨는 이 보람된 일상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권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는 게 가장 아쉽지만 스스로도 이렇게 나와서 활동하는 게 즐겁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아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며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다른 봉사자들에게 모범이 된 권 씨는 얼마 전 봉사왕으로 선정됐다.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 기자봉사단(김성희·이종민)을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권길용 씨는 "봉사를 오면 너무 즐거워서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도 모르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활동에 동참해 나누면 참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전하며 "앞으로도 체력이 되는 한 자원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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