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을 뜻하는 ‘귀신’의 실재 여부를 놓고 시작된 말다툼이다. 한 친구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마주친 적이 있으니 귀신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친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다며 단정적으로 부정한다. 곁에서 듣기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다툼이다.

 장장 한 시간여 이어지던 말다툼이 결국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감정싸움으로 커졌다. 곧 주먹다짐으로 갈 판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곁에서 관망하던 내가 끼어 들었다. 어느 쪽의 말이 옳고 그른지 가릴 수 없으니 언쟁을 멈추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줏대 없는 놈’이라며 두 녀석이 나를 몰아세운다.

 말다툼을 막자고 던진 말에 둘 다 죽자고 덤벼든다. 제 편을 들어주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에 내뱉는 말마다 날이 바짝 서 있다. 이렇게 시작된 2:1의 또 다른 말싸움은 30분 넘게 이어졌다.

 곁에 있던 다른 친구가 자기 사무실에서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손을 잡아 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그래서 친구들이 중국 삼국시대 전략가 제갈량의 별칭인 ‘와룡’을 이름 앞에 붙여 부르는 현명한 친구다. 그 친구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옛날 고집 센 사람과 나름 똑똑한 사람이 말다툼을 벌였단다. 고집 센 사람은 1+1이 3이라고 주장했고, 똑똑한 사람은 당연히 2라고 주장했단다. 결국 둘은 원님을 찾아가 시비를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원님은 고집 센 사람은 그냥 돌려보내고 똑똑한 사람에게 곤장을 쳤다. 똑똑한 사람이 억울하다며 이유를 물으니 원님이 이렇게 대답했단다. "1+1을 3이라고 말하는 아둔한 사람과 싸우는 네가 더 어리석어 너를 매로 쳐 지혜를 깨우치게 하려 함이다".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멍’해 있는 내게 와룡 선생 말씀 이어간다. "개랑 싸워서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 지면 개보다 못한 놈, 비기면 개 같은 놈이 돼. 진실이 무조건 답은 아니지".

 대부분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발생하는 말다툼. 이럴 때는 모두의 주장을 무시해 버린 채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라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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