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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올해 2월 자르갈톨가 에르데네바트 몽골 총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시작한 몽골판 ‘금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몽골의 경제 위기에 대해 여러 차례 IMF로부터 지원을 받아 왔던 경험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5억8천만 달러 규모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끝없이 추락할 길목에서 몽골 국민은 1997년 한국인들이 했던 대로 집안 곳곳에 숨겨 뒀던 금붙이, 외화, 보석뿐 아니라 유목민들에게 가장 큰 재산인 말까지 내놓고 있었다. ‘몽골 인천희망의숲’ 인천시민 자원봉사대가 몽골로 출발한 5월 24일,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몽골에 지독한 겨울이 시작된 날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몽골 정부에 4억3천만 달러의 장기 차관을 승인하며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몽골에 1990년 민주 정권이 들어선 이래 무려 여섯 번째 구제금융이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한국과 일본이 30억 달러를 보탰고, 몽골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22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 협정을 연장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면서 몽골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돼 있는 취약한 경제구조가 원인이었다. 여당인 몽골인민당(MPP) 내각이 받아들인 경제 개혁 및 긴축 조치가 몽골 서민들의 경제적 압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26일 대통령선거는 뼈아픈 경제 개혁을 몽골 국민이 받아들일지 판가름하는 날이었으나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7월 7일 재투표 예정이다. 이원집정부제인 몽골에서 대통령은 외교ㆍ국방 등 제한된 권한을 갖고 있고 실질적인 행정 권한은 국무총리에게 있다. 현재 인민당이 전체 76개 의석 중 65석을 차지해 국무총리는 인민당 소속이며 지금까지의 전래로 미뤄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인민당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투표 결과는 민주당 후보가 38%, 인민당 후보가 30.3%, 몽골인민혁명당(MPRP) 후보가 30.19%로 상위 득표 두 후보가 재투표를 하게 됐다.

그러나 각종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견제력 발휘가 가능한 자리가 될 수 있어 혼란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몽골 인민당은 몽골에서 제일 오래된 정당으로 중도좌파 정당이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의 전통을 잇는 공산주의자들부터 사회주의, 민주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자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몽골 민주당(民主黨)은 중도 우파 정당이자 현재 몽골의 집권여당이다. 몽골 민주당 출신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해 재선까지 했다. 2016년 2차례의 한몽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준비하기로 했으나 양국의 정치적 변화로 적극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

몽골은 수출의 30%와 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혈맹인 러시아의 경제의존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등과의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정상회담에서는 4억 달러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포함해 제5발전소 등에 27억 달러 규모의 전력 인프라 참여를 결정했다. 울란바토르 지역의 철도와 난방, 용수 공급 등 8억 달러 규모의 사업 참여도 논의했다. 2016년까지 10년간 추진해오던 황사 방지를 위한 방풍림 3천ha를 5년간 연장하는 것 외에는 실무선에서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어 보인다.

몽골은 현재 이런 어려운 경제적인 여건에서 탈출하고 있다. 2011년에는 최대 17.5%의 경제성장을 하던 국가가 2016년에는 단지 1% 성장에 그쳐 국민들의 체감 온도는 엄청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몽골의 1인당 GDP도 2012년 5천403 달러였다가 2016년 3천677달러로 대폭 축소돼 국민들의 삶의 질은 현저하게 악화됐다. 다행히 이들 경제지표가 올해 들어 점차 좋은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석탄 수출이 전년대비 5배나 증가하고 있어 적자예산의 폭이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2.5%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 ‘인천희망의 숲’ 사업은 몽골의 경제 환경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자립 동기를 부여해 환경 난민을 돌아오게 하는 등의 전략은 구제금융 등으로 힘든 몽골 경제가 다시 살아나도록 할 수 있는 작은 반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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