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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사람에게 좌우 한 쌍의 허파(폐)가 있다. 허파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폐의 기능이 허약하거나 병이 들면 상시 호흡을 해야 하는 우리는 최악의 경우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당장에는 일상을 유지하기도 버거울 것이다. 몸의 허파와 같이 우리 생활을 쾌적하고 건강하게 지켜주는 존재가 바로 공원녹지다. 그런데 상당 녹지가 사라진 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닥칠지도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도시 허파로 기능하는 녹지 가운데 여의도 면적의 178배가 사라질 위기다. 이는 서울시 면적에 85배가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2020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도시공원 일몰제가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10월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도시공원에 대해 20년간 유예기간을 둔 후 지자체가 도시공원을 매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매우 안타깝게도 시간 대비 특효약 처방은 없었다. 돈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인천시의 공원 결정 면적은 4천700만㎡로 이중 집행 면적은 2천600만㎡였다. 미집행 면적이 2천100만㎡인데 이를 공원으로 만드는데 1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시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시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공원면적은 18곳 1천43㎢로 보상비만 3천73억 원에 이른다. 군·구의 경우 19곳 0.697㎢의 면적에 시비 656억 원, 군·구비 656억 원의 보상비가 필요하다. 시비만도 약 4천억 원 규모다. 인천시, 군·구 형편에 녹록지 않을 수 있는 예산이다. 그나마 이들 면적의 미집행 도시공원들은 기존 국·공유지를 빼고 사유지 중 개발이 곤란한 지역도 제외한 수치다. 전체에 대한 토지보상비에 조성비까지 감안한다면 조 단위를 넘는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제라도 관련 예산을 파격적 수준에서 배정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면피가 될 상황이 아니다. 군·구와 의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예산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실효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시계획인가 등 행정절차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반면 난제 타개를 명분으로 특혜시비, 환경훼손, 대규모 민원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남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천 남구 승학산 관교근린공원의 경우를 비롯해 광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특례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 지속가능발전이다. 이는 현 세대도 행복하고 미래 세대도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 도시 공원녹지가 그렇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이자 시민 삶의 질을 논하는 기준이 공원녹지이기도 하다. 인천대공원과 중앙공원이 수도권에서 모범적 공원녹지 정책과 투자로서 손색 없는 사례인 이유다. 그에 대해 계획되고 조성될 당시 이러저러한 논란과 우려가 어찌 없었겠는가! 그간 신도시 개발 중심의 팽창적 도시계획이 인천을 이끌었다면 이젠 질적인 관리와 운용에 치중해야 한다. 현재 인천시장을 비롯해 정책담당자의 과감한 차별화가 돋보여야 할 대목이다.

 공원일몰제와 관련해 최근 지역에서 ‘장기 미집행공원대책 민·관협의회’가 꾸려졌다. 민·관 참여자가 함께 해법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도시공원일몰제 문제점과 지방정부 대처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주최측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원일몰제 대응 전국단위 공조에 나설 방침이다. 공원일몰제가 전국적 사안인데다 근본적 문제해결에 정부 역할 또한 지대하기 때문이다. 해제 대상 부지 중 국·공유지 제외, ‘국유재산법’ 상 국·공유지의 지자체 무상양여, 도로와 철도 등 중요 인프라처럼 정부 재원의 투자들이 그렇다. 파국에 앞서 사이다처럼 시원한 해법이 이런저런 형태로 마련되기를 바란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을 기다리는 마음을 나타내는 비유다. 공원일몰제를 향해 하염없이 제 갈 길만 가는 시계는 현재로선 원망의 대상일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걱정 없이 심호흡하며 공원 숲길 사이를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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