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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야우와이칭·고이케의 돌풍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7월 11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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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이혜훈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 선봉에 섰던 ‘핵심 친박’이었다. 이후 그녀는 ‘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그 결과 2012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다. 그때 그녀는 무대 뒤로 사라질 듯했다. 하지만 2017년 6월 그녀는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해 "보수의 본진이 돼 집권의 대안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꽃길’이 아닌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여성 정치인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야우와이칭 홍콩 입법회(한국의 국회에 해당) 전 의원은 당선 한 달 만에 의원직을 정지당한 불운의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의원 선서를 하면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쓴 펼침막을 단상에 깔아놨다가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그녀는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덩샤오핑 이래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가 애초부터 ‘일국일제’를 향한 것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계속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10~20년 안에 중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나는 계속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각오가 심상치 않다는 지지자들이 상당수. 그녀는 지금 홍콩 독립의 상징으로 외모 때문에 ‘여신(女神)’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고이케는 여성 최초로 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후보를 112만 표로 제친 방송 캐스터 출신이다. 그녀는 2006년 고이즈미 총리에서 아베(1차 내각)로 정권이 바뀔 때 그의 측근이 됐다. 아베는 그녀를 총리 안보담당특보, 방위대신으로 연달아 기용했다. 여성 출신 방위대신(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 1호였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독자 핵 무장 주장 등 우익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나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정치적 체급이 달라진 건 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 자민당이 다른 사람을 공천하자 그녀는 과감히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아베는 그녀를 돕는 자민당 사람이 있으면 제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당히 승리했던 것이다. 지난주 그녀는 도쿄 도의회선거에서 다시 아베에게 한 방을 먹였다. 총 127석 중 고이케가 만든 정당과 연합 세력이 79석, 아베의 자민당은 23석에 그쳤다. 이제 고이케는 아베의 대항마가 되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의 이혜훈, 홍콩의 야우와이칭, 일본의 고이케에게 공통적인 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점이 하나 있다. 이들 셋은 시대의 격랑 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 ‘꽃길’이 아닌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꽃길’이 영영 없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기로에 있다.

 이혜훈은 바른정당의 대표이자 몇 안 되는 경제통 여성 국회의원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 압박을 견뎌내야 하고, 보수 정치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뼈를 깎는 혁신’의 여전사로 성공하지 못하면 정치적 장래는 그저 그렇게 마감할 수 있다.

 야우와이칭은 홍콩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지만 홍콩 사람들은 독립이 불가능하다면서 그저 중국 정부가 여러 문제에 호의적인, 그러니까 반대파를 회유하는 당근 정책의 필요성 정도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대부분이라는 한계가 있다.

 고이케는 만만찮은 야심가로 평가받는다. 젊은 날 이혼한 뒤 혼자 사는 그녀의 애견 이름이 ‘소짱’. 총리를 뜻하는 일본어 ‘소리(總理)’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애칭 ‘짱’을 붙인 것으로 그녀의 궁극적 목표가 총리라는 걸 시사한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내년 총선 때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전국 조직 없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는 선거 혁명이 휩쓸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 프랑스 마크롱 당선이 보여주듯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추세가 어디까지 확대되고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출중한 여성 정치인의 등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리라는 예측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북아의 세 여성 정치인이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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