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청이 관광객의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1902년 건립된 옛 애경사 건물을 완전히 철거한 가운데 건물 터가 폐허로 남아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천시 중구가 관광객의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1902년 건립된 옛 애경사 건물을 완전히 철거한 가운데 건물 터가 폐허로 남아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만의 고유한 가치를 간직한 근현대 건축물들이 허무하게 사라지거나 방치되고 있다. 가치도 따지기 전에 역사의 흔적은 원도심의 주차장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건물로 올라갔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현 중구 관동 공영주차장에 위치했던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건물과 관동2가 3-5번지 주택이다.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건물은 1933년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2층 조적식 구조(건물의 기초와 벽 등을 벽돌 등으로 쌓아 올려서 만드는 건축 구조)로 박공지붕(펼친 책을 엎어 놓은 모양. 양쪽 방향으로 경사진 지붕)에 일본식 기와로 마감됐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1941년께 건축된 것으로 추정됐던 관동2가 주택은 1930년대부터 일제가 추진한 문화주택보급사업으로 세워진 도시형 단독주택이었다. 방공호까지 남아 있었을 정도로 당시의 모습을 잘 나타냈던 주택이었다.

하지만 두 건물은 6~7년 전에 허물어졌다. 신포동 내 극심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으로 만들어서다. 지금은 책자 속의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인천문화재단이 매입을 앞둔 옛 동인천등기소 건물 터에는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이 있었다. 조선상업은행은 최초 중구 중앙동 3가 4번지에 점포를 뒀다가 1920년 옛 동인천등기소 자리에 붉은 벽돌로 2층 건물을 세웠다.

당시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은 벽돌조 2층 규모로 현관과 징두리 부분은 석조 러스티케이션(rustication, 석재의 가운데 부분을 거칠게 처리하거나 뚜렷이 튀어나오게, 가장자리를 평평하게 깎아내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모서리 중앙부에 돔을 설치한 르네상스식 건축물이었다. 우리나라 건축양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형태다.

해당 건물은 인천지점이 경동으로 옮긴 뒤 인천해무청 청사, 대한해운공사 인천지점 등으로 사용되다가 1989년 철거됐다.

이 외에도 경동 225-1번지에 위치한 경동 주차장 터 역시도 예전 조흥은행 인천지점이 들어섰던 자리였다. 1946년 중구 중앙동 58은행 자리에 있었던 조흥은행은 1958년 경동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했다.

최근에는 1930년대에 세워져 애경의 비누 공장으로 사용됐던 애경사가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애경사를 불씨로 지역사회에서는 근현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및 활용 방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한 전문가는 "많은 근현대 건축물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가장 큰 문제는 시민이나 공무원들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역 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그동안에는 막무가내로 철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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