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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Wartime Operational Control Transfer)’은 한미 간 단순한 작전업무 상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양군의 군사전략전술이 망라된 매우 복잡한 안보외교적 군사력의 게임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오늘날 ‘전시 작전통제권’은 그 기원이 한국전쟁 휴전 직후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면서 맺어진 한미군사동맹의 시행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작전통제권’이라는 것은 전투사령부의 고유 권한으로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부대와 병력의 편성 및 운용에 관한 제한된 권한이며, 인사·군수·교육훈련·동원 등에 관한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행 한미연합 방위체계상 ‘전시 작전통제권’이라는 것은 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면전을 대비한 한미연합 작전분야에 국한된 전략전술상의 연합적(combined) 통제권한이다.

 현행 한미연합 방위체제에서 유사시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의 일방적 명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피통제부대로 알려진 것은 사실(fact)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는 명령지휘체계가 미군 사령관(대장)과 한국군 부사령관(대장)이 양국의 합참 예하 군사위원회(MC : Military Committee)와 국가원수의 지시를 별도로 받아서 연합방위 시스템으로 연합지휘를 한다. 따라서 작전 시행 간 미군 측의 일방적인 군사작전 지시는 불가하다는 것이 정확히 맞다. 과거 노무현 정부(2003~2008)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 단독 권한 행사라는 자율성(autonomy)차원에서 시기적 접근(time-oriented)으로 과감한 조기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2008~2013)는 천안함 피폭사건 등 대내외적인 안보 환경 위기를 고려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의 심각한 안보 위협에 따른 조건적 접근(condition-oriented)으로 재연기를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10월 24일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연기’는 국가 간 약속을 두 번이나 연기한 그야말로 국가적 결례를 무릅쓰고 국가안보만을 고려한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군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조건에 기초한(based on the condition)’ 재연기를 합의함에 따라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고 우리 군의 군사적 능력과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고려한 전환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의 졸속 전환에 따른 안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조건에 기초한’ 재연기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해 결정된 바에 따라(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이뤄진 것이기에 재론의 여지는 없다. 북한의 군사력을 상대로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 시행이 가능한 조건이 구비된다면 언제든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미군이 한국군에게 이보다 더 안정적인 전환의 조건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다시 전시 작전통제권을 조기 전환하겠다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안보문제는 어느 정권 차원의 전시성 정책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기념사업으로 서둘러서는 안되는 국가 존망의 중차대한 국가안보 정책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국의 안보정세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조기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절대로 아니다. ‘조건에 기초한다’는 전시 작전통제권의 재연기는 국가안보의 마지막 보루다. 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 재연기를 유지하면서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지혜롭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을 졸속으로 조기 전환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로 인해 다시 길거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반대 1000만 인 서명운동’과 같은 혼란이 없기를 바라고, ‘전시 작전통제권 재재연기’와 같은 국가적 결례가 없도록 한미동맹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 한마디로 잘 차려진 안보밥상을 발로 차는 짓거리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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