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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경기평택항만공사 전략기획팀장
지난 5일 정부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332개 모든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도입되고, 149개 모든 지방공기업은 인사담당자 교육을 마친 뒤 다음 달부터 각각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된다. 학력기재 금지 등 블라인드 채용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공무원 공개 채용 외에 경력 채용에 있어서도 입사지원서에 신상기재 금지 등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해 하반기 경력채용 시험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스펙 위주의 불합리한 채용 관행이 해소되고 인성과 직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채용의 아우트라인(outline)이 마련돼 선입견을 배제하고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찬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반대로 학벌 역시 노력을 통한 결과의 한 척도로 무조건 평가대상에서 삭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모든 공공기관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뒤 전면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필자는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에 대해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큰 틀에서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 편견 섞인 시선들을 제거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나. 반가운 소식이기 때문이다. 입사 지원자의 개인 신상이나 학력, 경력 등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적용해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자는 취지로 가장 큰 편견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 올바른 가치 측정에 있어서는 보완해 나가면 된다.

 편견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를 뜻한다. 특정한 지역을 가리켜 편견적 사고를 하고 특정 대학, 출신 등을 판단의 잣대로 삼는 등 그릇된 생각이 곧 실천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특별한 경우 외에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이나 출신지나 신체조건 등 차별적인 요인들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해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 위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채용과 함께 잡음이 끊임없이 상존하는 항목이 있다. 바로 계약이다. 계약을 두고도 참 말 많고 탈 많다. 공공조달에 있어 계약 방법은 크게 일반경쟁, 제한경쟁, 지명경쟁계약 등이 있다. 일반경쟁계약은 계약조건 등 계약 내용을 널리 공고하여 일정한 자격을 가진 불특정 다수인의 입찰 희망자를 모두 경쟁입찰에 참여시켜 국가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계약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해 선발되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제한 기준을 드높이 마련한다. 실적에 의한 제한, 기술보유 상황에 의한 제한, 지역제한 등등 말이다. 물론 특수한 경우에는 제한경쟁계약이 필요하다. 허나 자격을 강화하면 할수록 짬짜미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이력서에 학벌, 학력, 출신지나 신체 조건 등 차별적인 요인들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해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조달에도 필요한 대목이다.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먼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데 에너지 소모하지 말고 편견을 걷어내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 차별없는 공정한 기회가 다수에게 올곧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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