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채용부터 소위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또 지역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은 해당지역 인재를 30% 이상 뽑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도 추진한다. 나아가 학벌과 경력, 출신지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은 민간 대기업에도 적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모 취업 포털 업체가 진행한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의견 조사’ 설문에 따르면 서울시 및 해외 소재 대학교 출신자 10명 중 3명은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본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객관적 정량지표 없는 깜깜이 평가가 되면 연줄 있는 사람이 더 쉬워지거나, 블라인드 상황에서 임기응변에 능하거나 인상이 좋은 사람이 더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러낸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재를 선발하려면 응시자의 진면목을 찾아낼 수 있는 공정한 룰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인재 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되면 지역의 인재들에 대한 공공기관 취업의 문턱이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하나 지역출신이면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역차별 논란 또한 크다. 실제로 인천의 경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 채용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 공공기관이 정부의 방침을 이유로 지역인재 채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의 공공기관 채용 확대정책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하면서 굳이 지역인재 할당제도가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두 제도는 지역인재 채용 확대라는 큰 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미 학벌 블라인드로 능력 있는 사람이 차별받을 가능성을 없앤 마당에 굳이 지방 인재를 할당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차별 없이 뽑자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면서 지방대 나온 사람은 차별해서 우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명문대 학벌주의가 아닌 지방대 학벌주의(?)가 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지역인재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의무채용 비율 등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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