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하(30·여·가명)씨는 얼마 전 경찰서에서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를 받고 궁금한 마음에 경찰서를 찾았다. 교차로 통행을 위반했다는데 위반 날짜만 적혀 있을 뿐 사진이나 정황이 설명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서로 가 보니 담당 경찰은 시민 제보로 들어온 내용이라며 한 영상을 보여 줬다. 이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자신의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른 실수가 누군가에 의해 제보된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김 씨는 "언제 또 제보될지 모르니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경찰서를 나섰다.

이처럼 시민들의 공익신고가 인천 지역 불법행위 근절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거나 잠시 불법 주정차를 하는 등 경찰이 일일이 단속하기 힘든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다.

11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2만3천209건이던 공익신고 단속 건수는 지난해 4만2천21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달 기준으로 이미 2만4천76건의 불법행위가 공익신고를 통해 단속됐다. 경찰은 공익신고의 80% 이상이 시민 제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시민 제보는 국민신문고나 전용 앱을 통해 관할 경찰서로 접수된다. 제보가 들어오면 경찰은 피신고자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내 출석을 요청한다. 혹시라도 피신고자에게 타당한 사유가 있거나 블랙박스에 찍힌 차량 번호에 오류가 났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별다른 신고 포상금은 없지만 최근 공익신고제도가 정착되면서 시민 제보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간혹 자신의 앞에 끼어든 차량에 욱해서 보복 신고를 하거나, 경고 조치로 끝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제보 시민들의 확인 전화로 인해 과태료가 매겨지는 등 난감한 경우도 생긴다.

지역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정착된 만큼 난폭운전 등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위반행위에 대한 적발이 쉬워져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며 "악성 신고나 무분별한 제보 등 일부 문제만 개선된다면 훨씬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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