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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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장편소설 「위험한 비너스」로 한국을 찾았다.

「위험한 비너스」는 하나의 행방불명 사건과 낯선 여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가 이어지는 미스터리를 오락성 짙은 서사로 풀어낸다.

동물병원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낯선 여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은 뒤 의학계 명문가 야가미 가문에 재가한 어머니가 얻은 아홉 살 어린 이복동생 야가미 아키토에 대한 소식이다. 그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온 그의 아내 가에데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데시마 하쿠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달린다. 하쿠로는 그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래전 인연을 끊었던 야가미 가문과 다시 얽히게 된다.

33년 전 친아버지 데시마 가즈키요가 임종 직전까지 그린 신비한 그림, 16년 전 뜻밖의 장소에서 죽은 채 발견된 어머니 데이코 등 새로운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점점 과거의 단편적인 사건들이 서로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과거의 단편들은 하쿠로를 처음에 알아내고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이끈다. 아울러 후계자인 아키토가 없는 상황에서 열리는 유산 논의 모임을 찾게 된 야가미 가문에서 주인공은 속내를 감춘 듯한 일족들 사이에서 단순 실종사건이 아닐 수도 있음을 예감한다.

또한 남편이 사라진 상태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명랑하고 낙천적인 가에데는 가끔씩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는 듯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하쿠로는 가에데를 통해 새아버지와 어머니의 첫 만남 배경, 신경과 전문의였던 새아버지의 연구 주제, 그리고 이것들이 친아버지와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총 31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현재의 시점과 주인공의 과거 회상 장면이 교차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명문가 후계자 야가미 아키토의 실종과 유산 분쟁, 무명 화가였던 아버지의 그림, 어머니의 의문의 죽음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아울러 저자 특유의 이과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뇌의학과 수학의 신비로운 소재들이 등장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거듭된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4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체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대표작으로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기도의 장막이 내려질 때」 등이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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