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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살 초등생 살해 피의자 10대 소녀. /사진 = 연합뉴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8살 사랑이(가명)는 1학년 때와 달리 학교가 즐거워졌다. 지난해에는 학교 적응을 잘 못 해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도 많이 했는데, 2학년이 돼서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지난 3월 29일도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었다. 그날 사랑이는 유독 엄마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서 학교에 간다며 옷을 입었다. 엄마는 달라진 사랑이를 보며 흐뭇했다. 사랑이는 여느 아침처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곤 엄마의 볼에 뽀뽀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엄마는 그날이 사랑이의 마지막 모습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A(17)양의 3차 공판이 12일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피해자 사랑이의 어머니는 첫 번째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딸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자와 불과 3m도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 앉아 아직도 가슴에 묻지 못하는 막내딸 사랑이의 얘기를 법정에서 풀어냈다.

"그럴 일이 없는데 아이가 늦었습니다. 친구가 생겨서 놀고 오는구나 했습니다. 야단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랑이 둘째 언니와 막내를 찾으러 갔습니다. 놀이터, 공원, 학교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 어머니는 망설이는 마음을 접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CCTV를 보니 아파트에 올라가는 장면만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내려오는 장면은 찾을 수 없었다. 형사들의 통화가 끝난 후 남편이 울면서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때서야 그는 알았다. 재판정에는 사랑이 어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만 퍼졌다.

가족들은 모두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같은 아파트 동에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 어머니는 그럴 수 없었다. "겁이 났어요. 사랑이가 혼자 있는데. 나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겁이 났어요. 약을 손에 쥐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몰랐으니까요."

사랑이의 부검이 끝나고 바로 보낼 수 없어 5일장을 치렀다. 염을 하는 사람이 얼굴은 볼 수 있다고 해서 보러 갔다. 잠자는 얼굴을 상상했다. 귀엽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사랑이는 눈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 반은 검은빛이 났다.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옷을 잘라서 입혔다. 평소에 좋아하는 옷으로 입혔는데 손도, 발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랑이 어머니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일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알 수 있게 제대로 된 벌이 내려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사랑이 어머니의 말은 A양도 눈물을 흘리게 했다. A양의 다음 공판은 8월 9일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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