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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조철민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원, 재능중학교 교사
‘덕적면(德積面)’은 옹진군의 서부, 경기만 남부에 위치한 면으로 주섬인 덕적도를 포함해 41개의 유·무인도가 펼쳐져 있어 ‘덕적군도(德積群島)’라 부른다. 유인도는 덕적면의 중심인 덕적도를 비롯해 소야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 등이 있다.

 덕적군도 일대는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볼 때 원래 마식령 산줄기의 끝자락에 연한 육지였다가 최후빙기가 극에 달했던 1만8천 년 전부터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물러나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현재의 도서 지역으로 남은 곳이다.

 도서 전역의 해안선은 매우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띤다. 해안 지역에는 해풍과 파식에 의한 해식동, 해식애, 시스텍 등과 같은 침식지형이, 조류·파랑·해풍에 의해 만들어진 해빈, 사구와 같은 퇴적지형이 고르게 발달해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그 잠재적 가치가 크다.

 덕적군도는 서해의 대표적인 해양설화인 ‘망구할매’ 설화의 중심지다.

 일종의 창세(創世)신화인 망구할매 이야기는 옹진군도의 탄생기다. 거인인 망구할매가 한양(서울)으로 보낼 삼각산(북한산)을 만들려고 문갑도 남쪽 선갑도에 100개의 골짜기가 있는 산을 쌓아 올렸는데, 만든 뒤 세어 보니 한 골짜기가 부족하자 화가 난 망구할매가 산을 내려쳤고 이 흙이 흩어져 문갑도·울도·백아도·지도·각흘도 등의 섬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 흰 어금니를 닮은 섬 ‘백아도’

백아도(白牙島)는 지도상으로 주위가 모두 벼랑으로 배를 댈 만한 곳이 거의 없는 섬이다. 백아도의 옛 지명은 「대동지지」 덕적도진 항목에 ‘배알도(拜謁島)’라고 기록하고 있다. ‘배알’이란 이름은 섬의 모양이 ‘허리를 굽히고 절하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 후에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섬의 모양이 흰 상어의 어금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백아도로 불리게 됐다.

▲ 선단여 전경
섬은 남북으로 길쭉하며 북쪽에는 표고 145m 고지가 북동단에 위치하고, 남쪽은 141m 고지가 남단에 위치한다. 섬의 대부분은 이 두 고지를 연결하는 능선이 구릉을 이루고 있어 평탄면이 적다. 섬의 대부분은 90m 이상의 고지로 숲을 이루고 있다.

 섬의 동편해안은 굴곡이 많고 만곡지형을 이루고 있다. 폐분교 앞 해안은 만곡형 해안으로 앞쪽은 가는 모래 해안이나 바깥쪽은 갯벌로 돼 있다. 여기에 소규모의 방파제를 쌓아 어선들이 피항할 수 있게 했으며, 섬의 서편 해안은 경사가 급한 해안절벽으로 해식애와 파식대가 발달했다.

 섬의 남쪽과 북쪽 해안에도 경사가 급한 해안절벽과 해식애가 발달돼 있으며, 백야도의 기반암은 백악기말 내지 제3기 초기의 화산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화산암 계통의 유문암으로 이뤄져 있다.

# 떠나기 섭섭해 울고 가는 ‘울도’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23㎞ 거리에 위치한 울도(蔚島)는 면적 2.11㎢, 해안선 길이는 12.7㎞인 작고 아담한 크기의 섬이지만 빛나는 자연을 잘 간직하고 있다. 덕적도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올 때는 멀어서 울고, 갈 때는 주민들의 인심에 떠나기 섭섭해서 울고 간다’해 울도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각흘도 곰바위.
섬은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으로, 산지(최고 높이 291m)는 서북쪽에 편중돼 있다. 대부분 구릉성 산지로 이뤄져 있으며, 해안은 대체로 암석해안이다.

 헬기장까지 갖추고 있는 울도 방파제는 옹진군에서 가장 큰 방파제로 태풍이 오면 주변의 선박들이 울도항으로 피항한다. 헬기장에서 큰 마을을 바라보면 최고봉인 당산(220m)에 무인등대(높이 9.2m, 광달거리 12.8㎞)가 위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울도 어장은 동해의 청진어장과 함께 2대 지정 어장으로 새우가 유명했으며, 1940~50년대는 젓새우 파시가 열렸다고 한다.

 당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52~1955년 새우 어획량은 경기도가 전국 대비 평균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1957년에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경기도의 대표적인 새우 어장인 울도·문갑도 주민들은 충남 당진·서산·홍성 등지로 내왕하면서 새우젓을 판매하고 쌀 등과 물물교환을 했다고 하니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이 섬의 모습을 아련하게 떠올려 본다.

▲ 지도 연못.
# 바다낚시의 보고(寶庫) ‘지도’

지도(池島)는 덕적도에서 남쪽으로 14㎞ 거리에 위치한 섬으로 섬 전체가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 조기·새우 등의 산란장인 연안 일대는 부근 해역의 수산업 중심지 구실을 한다.

 남단의 민가 주변을 빼고는 전체적으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해안 암벽을 따라 소사나무가 우거져 있다. 섬의 가운데 연못이 있어 지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 독 짓는 마을에서 자구리 축제의 마을로 변신한 ‘문갑도’

문갑도(文匣島)는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3㎞ 떨어져 있는 섬이다. 굴업도행 배편인 나래호로 갈아타고 30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 현재 60여 가구에 7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섬의 모양이 선비들이 사용하는 책상(문갑)처럼 생겼다고 해서 또는 섬사람들이 매우 유식하다고 해서 부르게 됐다고 한다.

▲ 울도 방파제.
문갑도는 중앙에 276m의 산이 솟아 있고 북·서·남쪽 면은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하다. 이에 반해 동쪽은 다소 경사가 완만해 마을을 형성하고 있으나 경작지는 거의 없는 편이다.

 섬의 대부분은 경사가 급해 해안절벽을 형성하고 곳곳에 해식애와 파식대가 잘 발달했다. 섬의 동쪽 해안은 경사가 완만해 만곡형의 해안을 형성하고 있어 여기에 모래가 퇴적돼 사빈을 이루고 있다. 기반암은 주로 쥐라기의 대보화강암 계통의 흑운모화강암으로 이뤄졌다.

 문갑도를 거닐다 보면 다른 섬에 비해 집집마다 유독 크고 작은 독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문갑도는 1970년대 새우가 엄청나게 나던 풍요의 섬이었다. 당시 새우 때문에 독을 짓는 가마터만 두 곳 이상 있었고, 새우를 실어오고 내보내는 배로 섬은 북적거렸다.

 한월리 해변 양쪽 끝자락이 독공장 자리였다. 지금은 독을 짓던 가마터의 흔적들만 마을 이곳저곳에 남았다. 한월리에 남아 있던 가마는 새우젓 독 수천 개를 한꺼번에 구울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컸으나 지금은 무심한 세월을 대변하듯 가마터만 남아 나무와 무성한 풀로 뒤덮여 있다.

 문갑도에는 매년 가을,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섬마을 주민들이 주관하는 ‘자구리 축제’가 열린다. 자구리는 전어과에 속하는 생선이다. 이 조그만 생선이 문갑도 선창가 배터에서 척척 잡히는 것은 자구리가 지나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루어 미끼로 5~10개의 낚싯바늘을 릴로 던지면 자구리가 순식간에 줄줄이 사탕처럼 붙어서 올라온다. 마을 사람들은 풍요의 의미를 담아 생선 이름인 자구리를 축제 이름으로 사용한다.

▲ 문갑도 한원리해변 화강암 관입 석영맥.
2014년부터 ‘문갑도 자구리 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려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분과의 후원으로 예술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문화적 소통의 장 및 생태관광의 모범 도서 지역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덕적도가 레저 및 해양스포츠 등의 국민 휴양지로 알려진 섬이라면 덕적의 아들에 해당하는 주변 섬들은 낚시를 하거나 산길을 트레킹하며 해안가에서 호젓한 피서를 즐기는 등 힐링할 수 있는 휴양지로 알음알음 알려져 사랑받고 있다.

 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에 가려면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 진리 도우선착장에서 내려 다시 덕적·울도선 배로 갈아타야 한다. 하루에 한 번 운항하며, 주말에는 미리 예매를 해야 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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