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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문화 확장 시킬 ‘시그널’ 보냈죠

오석근 사진작가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2017년 07월 17일 월요일 제13면
푸짐한 얼굴과 그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있는 무성한 수염은 고깃집 또는 대폿집 사장을 연상케 한다. 그나마 머리에 올려진 빵모자가 예술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일말의 의구심을 남게 하는 정도다.

이번 ‘월요일에 만나는 문화인’ 주인공은 사진작가 오석근(39)씨다.

오 작가는 3대째 인천에 살고 있는 인천사람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남으로 피난 온 조부모는 도원동에 자리잡았고, 오 작가 역시 도원동에서 태어났다.

송도중학교와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인하대학교 재학시절까지만 해도 소심한 성격으로 ‘일탈’하지 못하는 청년이었다.

"중학교 때는 동인천에 있던 ‘심지’ 음악감상실을 다니는 등 음악에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집이 좀 엄했죠. 대학도 심리나 국문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정형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거부’할 줄 모르는 삶을 살았던 거죠."

‘거부’할 줄 몰랐던 그의 삶에 기회가 찾아왔다. 사진병으로 입대한 군대에서 동티모르로 파견을 나가게 된 것이다. 이등병 때 6개월 동안 동티모르에 다녀온 그는 상병을 달고 다시 사진병으로 참여하게 된다. 동티모르 파병은 사진작가 오석근의 시발점이 됐다.

"군대에서 받은 월급으로 제대 후 사진학원을 다녔어요. 또한 같이 파병 나갔던 통역병 친구 소개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죠.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됐던 시기였습니다."

2005년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직까지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교과서 철수와 영희’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

‘철수와 영희’는 오 작가를 비롯해 어린 시절 기묘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교과서 주인공인 철수와 영희의 인형탈을 쓴 채 당시의 감정적인 순간을 사진 형태의 교과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는 ‘철수와 영희’를 통해 서울의 아트스페이스 휴, 포틀랜드의 오레곤 사진센터, 도쿄의 베이스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이후 2009년 스페이스 빔의 시티레일 전시를 계기로 고향 인천을 다시 바라보게 됐고, 2011년부터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작업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됐어요. 남구의 그린빌라, 수봉다방, 용일자유시장, 사운드바운드 공연 등 지역 문화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됐죠. 제가 만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기존 서울에 맞춰져 있던 주파수를 지역으로 확장시킬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굉장한 결심을 한 사람들이었던 거죠."

최근에는 지역의 작가 6명과 함께 신포동에 ‘회전예술’이라는 자생공간을 만들었다. 1층에 철물점이 위치한 오래된 건물인데, 주인 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연세 150만 원을 주고 4년 동안 임대하게 됐다.

"회전예술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미디 작곡, 돌고 도는 기술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민들, 신포동 주민들이 인천에도 서울보다 재미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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