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보안 실태가 허술함을 넘어 황당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수원발 KTX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진행한 주민공청회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 게시물에는 수원발 KTX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지난 4월 수원·평택 등에서 진행된 주민 공청회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가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에 대한 내용을 같이 게재하면서 미숙한 행정으로 인해 수원시 매산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 5명, 평택시 중앙동 주민센터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 45명 등 총 50명의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가 홈페이지에 전부 노출됐다.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하기 이전에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작업을 통해 주민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삭제 처리하기는 했지만 특정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삭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확인됐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개인정보 수집 방치와 관리 소홀에 있다. 사회 전체가 안전 불감증에 걸려 대형 사고가 나도 그때뿐인 것처럼, 개인정보가 노출돼도 어쩔 수 없다는 노출 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이미 우리는 대량 개인정보 유출에 익숙해져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 새삼스럽지 않다.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과 철저한 관리는 국민 사생활과 인격권 보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이번 유출 사고를 국토부의 보안 인식 부재의 문제로만 돌리고 처벌을 강화하면 되는 것일까.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유출 사고는 끊이질 않아 왔다. 한마디로 보안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던 셈이다. 중앙행정기관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성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홈페이지 담당자들의 인식이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업무 담당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보관리자에게 엄격한 윤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정보보호는 성과를 눈으로 잘 볼 수 없지만 방치할 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이 점을 상기한다면 유비무환의 정신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