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동 도원역 근처에서 철물점을 하는 윤석조(75)씨는 최근 인하대병원에서 폐렴을 진단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는데, 갑자기 폐렴에 걸린 것이다. 그는 발병 원인이 지난해 10월부터 건축공사를 시작한 생활형주택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7층짜리 주택 공사를 시작하면서 철물점 안에는 스티로폼 등의 날림먼지가 수북이 쌓였고, 건물 옥상도 마찬가지다.

A씨가 더 답답해하는 것은 기존 건물과 새로 지어진 생활주택과의 거리는 최단거리가 불과 37㎝불과해 관할 중구청에 수차례나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답은 시원찮다는 점이다. 관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이유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탄원서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13명이 동참했다.

▲ 도원역 앞에서 철물점을 하는 윤석조 씨는 새로 지은 생활형주택이 자신의 집과 불과 3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관련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 도원역 앞에서 철물점을 하는 윤석조 씨가 새로 지은 생활형주택이 자신의 집과 불과 3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관련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인천시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생활형주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2015년 5월 도로사선제한 폐지와 건축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도로사선제한은 도로 폭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했던 규정으로, 건물 각 부분의 높이를 도로 반대쪽 경계선까지 거리의 1.5배 이하로 제한한 것이다. 도로와 인접한 건물은 낮게,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높게 지을 수 있는 내용이다. 도로사선제한은 도심 내 개방감과 시야권, 일조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2014년 기존 단독주택 20가구와 공동주택 20가구 이상 건축 시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했던 규정을 단독·공동주택 모두 30가구 이상으로 사업계획승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을 개정했다.

이 같은 개정과 부동산 경기가 맞물리면서 2015년부터 부평구와 남구·중구 등 인천 지역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동주택인 일명 ‘생활형주택’이 급증하기 시작한다. 중구는 5층 이상 생활형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허가가 2015년 5건이었으나 2016년에는 14건, 올해 들어서는 벌써 5건이나 된다.

문제는 생활형주택 건설 현장이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앞에서 고층 건물이 건설되면서 집이나 담에 금이 가거나 땅이 꺼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민법에서는 상업지역의 경우 건물과 건물 사이의 최소 거리를 50㎝만 떨어뜨리면 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과 새로 지어지는 건물의 공사 현장이 붙어 있다 보니 건물 파손은 물론 날림먼지, 일조권 침해 등의 주민 피해가 다수 접수되는 상황이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새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주민 피해는 도의적으로 건축주가 보상해 줘야 하지만 의견 차이가 크면 법적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관은 중재 역할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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