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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연구교수

1980년대 말에 유행한 단어들이 독일통일을 상징하는 동서화해와 냉전구도의 와해라는 다소 추상적인 국제적인 흐름이었다. 연이어 소련제국이 붕괴되고 중국공산당(CCP)을 중심으로 일부 변형된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의 국제경제체제로의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의 냉전대결구도는 종식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유렵연합(EU)이 주도하는 평화와 협력을 기초로 한 탈냉전운동이 구 동구권국가들까지 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틀 속에 묶는 작업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다극화된 자유시장경제질서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함부로 도전하는 그 어떤 시도도 없어 보였다. 실질적으로 베트남도, 라오스도 캄보디아도, 쿠바도 개혁·개방의 길로 가려는 몸부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얀마는 이미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 외의 남아있는 극소수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중국식 개혁·개방노선에 대한 연구와 적응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공산주의 사회주의도 아닌 교조화된 가부장적인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3대 세습왕조를 이끌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보편적인 이러한 인류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북한의 독재정권이 그동안 시행한 5차례의 핵실험, 90여차례의 미사일 발사실험결과 북한이 ICBM/SLBM까지 완성해가는 나라로 인식이 되면서 한반도주변은 연일 긴장 속에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제를 논하는 단골메뉴가 된 지가 오래되었다. 북한의 독재정권이 최소한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로 나올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북한의 왕조체제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로 핵과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가정도 진실로 믿을 수 밖에 없다. 현실과 동 떨어진 이상론만으로 이 난제를 풀기는 어렵기에, 북한과의 평화조건을 논하고 평화협정을 논하는 뜻이야 잘 알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방향으로 한반도가 더 대립과 갈등의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반도주변정세가 한미일 對 북중러의 새로운 냉전대결구조로 이미 고착화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은 철저한 호국이념으로 무장하고 헌법정신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통일을 이루는 큰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잘못된 위선성에 제동을 걸고 인류보편의 정신을 지니고 한반도에서부터 그 실천성을 만드는 것이 보수의 사명이라 여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번의 한미정상회담에 이은 이 번의 G-20회의에 참석하여 한반도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여 성과를 일정부분 거둔 것 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지금 주도권을 갖고 한반도문제를 풀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었는가라는 매우 기본적인 성찰일 것이다.

2004년도에도 지금과 성격이 다소 비슷했던 노무현 정권하에서도 ‘동북아균형자론’을 들고 나와서 기존의 한미동맹체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면서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하려던 의도가 우리의 현실적인 외교적인 제한성으로 말미암아 성공하지 못한 사례를 큰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기에 분단극복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끊임없는 대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북한정권의 본질이 변하지 않고 우리의 외교역량이 우리 스스로 우리 문제를 풀 만큼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되는지 다각적으로 고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정권 스스로가 개혁·개방으로 간다는 담대한 독재정권포기선언이 없는 한, 지금의 가부장적인 독재체제를 연장하면서 죄없는 2천3백만 북한 동포들의 고통과 인권유린만 연장된다는 현실에 대해서 더 각별한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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