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7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300여 종의 '캐비닛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힌 뒤 일부 문건과 내용을 공개한 것과 관련, 적법성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문건 발견 당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건을 현 정부 청와대에서 임의로 공개한 것은 비밀 누설이 아니냐고 맞섰다. 정권 교체기 종종 불거지던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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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자필 메모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완성된 문서가 아니고 사본이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라며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누가 작성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까지 이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오히려 (공개하지 않고) 검찰에 조용히 넘겼다면 그거야말로 하명수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종이에 메모를 한 부분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에 "(위반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은 일반, 비밀, 지정으로 갈린다. 그 중 일반 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항이나 경제 상황에 위해를 가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경우에만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남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사태의 본질은 각종 사건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공식문서로 확인됐다는 점"이라며 "필요하다면 이번 문건뿐 아니라 재벌 면세점 특혜의혹 등에 대한 지정기록물도 열람해 진상규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 판단을 지금 청와대에 있는 공직자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청와대 근무 공직자가 독단으로 해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이를 여야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된 직후에 발표한 것에 대해 야당은 의문의 시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규명돼야 한다. 국회에서도 문제점을 파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찬우 의원 역시 원내상황점검회의에서 "제가 국가기록원장을 지냈는데, 이번 문건 공개가 대통령기록물법의 정신에 맞춰 적법히 처리됐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만약 청와대 근무자가 발견했다면 문서를 열람할 것이 아니고 즉시 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12일간이나 가지고 있다가 공개하면서 특검으로 사본을 이관했는데, 문서 무단유출 내지는 누설 조항에 저촉되는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는 정말 제한적인 범위에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할 때만 할 수 있다"며 "또 원본이든 사본이든 기록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누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야권 중에서도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건이 공개된 이상 언제, 누가,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등 철저히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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