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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순 나사렛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낮에 잘 놀던 아이가 한밤중에 갑자기 토하면 부모로서는 무척이나 당황하게 된다. 소아과는 모두 닫혀 있고, 종합병원 응급실에 데리고 가자니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더구나 근처에 병원이 없는 경우 그 막막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구토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다. 특히 가장 빈번하게 감염되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생후 4개월의 영아부터 3세 소아에 흔히 발생한다. 48시간 미만(1~7일)의 잠복기를 거쳐 경도 및 중등도의 발열과 함께 구토로 시작하고 이어서 물 설사가 진행된다. 구토와 열은 보통 발병 2일 이내에 사라지나 설사는 대개 5~7일간 지속된다.

아이가 구토를 심하게 할 때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정에서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먼저 아이를 조용한 곳에 누이고 진정시킨 다음 아주 심하게 토하지 않는다면 입으로 경구용 수액을 먹인다.

WHO에서 권장하는 경구수액을 사용하는 게 좋지만, 국내에는 시중에 따로 상품화된 WHO 경구수액이 없으므로 끓인 물 1L에 소금 2분의 1티스푼(2.5g), 설탕 6티스푼(25g)을 섞어 대략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료수는 전해질 함량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고장성 용액이므로 소아의 설사를 치료하는 데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물이나 보리차 같은 것을 계속적으로 먹이는 것도 탈수를 더 초래한다.

처음엔 천천히 줘야 하며, 찻숟가락이나 주사기 같은 것으로 1분에 5mL 정도로 서서히 꾸준히 먹이며, 아이가 잘 먹으면 점점 양을 늘린다. 이렇게 6∼8시간에 걸쳐 탈수가 교정되면 연령에 맞는 정상 식사를 하는 것이 바이러스성 장염의 빠른 회복에 더욱 좋다.

모유 수유는 탈수 교정 시기에도 계속 해야 한다. 12시간 이상 액체 음식을 먹거나 분유를 희석해서 먹이는 것은 설사의 기간을 길게 하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부 영아에서는 수일간의 무유당 분유 같은 무유당 식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조치를 취하고 하루 정도 경과를 본 후 구토와 설사 등이 계속되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굶기는 것은 좋지 않다. 굶기면 일시적으로 토하지 않고 설사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회복되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탈수 및 영양 상태가 악화되고 위장관 상피세포의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장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모든 종류의 장염을 전부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소에 올바른 손 씻기를 습관화하고 가정에서는 음식을 잘 익혀 먹는 등 음식물 관리에 주의하면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나사렛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용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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