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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구 한국소방안전협회 인천지부장
인생을 살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교훈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대처하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지혜이기도 하지만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안전분야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2015년 국가 화재현황 통계(국민안전처 제공)에 의하면 공동주택에서 발생되는 화재는 전체 화재(1만2천758건)의 24.7%를 차지할 만큼 화재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전체 화재 사망자(69명)의 43.5%인 30명이 공동주택 화재에 사망한 것으로 보아 인명피해에 매우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공동주택에서 발생되는 화재는 가연성 내장품 등으로 연소 속도와 유독가스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대피하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며, 곧바로 인명피해로 직결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본 지면을 통해 피난 정책을 소개하고자 하며, 모든 국민들이 피난정책을 잘 숙지하고 현실에 맞는 피난 계획을 수립해 유사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첫째, 1992년부터 2005년에 시공된 복도형 아파트 등에는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경량칸막이는 인근 가구와 연결돼 있는 가벼운 재질의 경계벽을 말하는데, 화재 발생 시 현관으로의 대피가 어려울 경우에 그 벽을 주먹 또는 파괴도구로 파괴시켜 인근 가구로의 대피를 돕는 피난 정책이다.

 2013년 12월 부산 화명동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사망하고 50여 분 만에 진압된 사고가 있었다. 화재조사 결과 현관 옆에 작은방에서 큰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현관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돼, 나머지 가족은 발코니 쪽으로 나와 구조요청을 했으나, 끝내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그 아파트에는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설치 사실을 알았다면 모두 살았을 것이다. 경량칸막이의 설치 여부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다.

 다음으로 2005년부터 시공된 아파트에는 발코니 등에 피난공간이 설치돼 있다. 이 정책은 과거에 발코니 확장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으며, 큰 이슈가 됐던 정책이다. 발코니 확장을 통해 국민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자는 국토교통부 주장과 발코니 확장 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을 주장한 국민안전처의 입장이 서로 대립된 가운데 절충안으로 의결된 내용으로 모든 아파트에는 발코니 등에 대피공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관으로의 대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화재에 견딜 수 있도록 방화 구획돼 있는 안전공간으로 들어가 2차적 조치를 취하는 목적이 있다. 피난공간의 출입문은 복사열을 1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갑종방화문으로 설치되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창문이 설치돼 있으며 11층 미만의 층은 완강기를 통해 탈출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정부에서 정하는 피난정책은 많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경량칸막이 또는 피난공간은 모든 국민들이 숙지하기를 바란다.

 화재 발생 시에는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동반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재산피해는 경제활동을 통해 충분히 소생이 가능하며,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있으나 인명피해는 시간이 해결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장소이기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심은 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관계자는 가구별로 경량칸막이 및 피난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안내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입주자는 장애물을 쌓아놓거나,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등 부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도록 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상기 피난정책을 잘 활용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현실에 맞는 피난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극 활용을 해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한 적절한 훈련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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