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아닌가."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표현한 현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 제1소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이 교수는 "지자체는 지역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법을 만들고 세금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지자체의 묶인 손과 발을 풀어 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를 포함한 지방분권의 동력이 국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헌법개정특위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중앙정부는 전국적인 사안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일도 결정해야 하다 보니 업무의 과부하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손발을 묶어 놓은 헌법의 족쇄로 인해 일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바꾸고 입법권과 재정권, 행정권을 넘기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지역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방끼리 서로 경쟁하는 여건을 만들어 기업과 주민을 유치하고 타 지방과의 혁신 및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에 따른 특별지방행정기관(이하 특행기관)의 지방 이양이 대두되고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해양수산부)과 경인지방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처), 인천지방중소기업청(중소기업청),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고용노동부) 등이 특행기관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이들의 명칭에 붙은 ‘지방’이란 단어를 삭제하자는 것이다.

 2008년 이후 특행기관의 수와 인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행기관의 수는 2008년 4천549개에서 2012년 5천155개, 2016년 5천170개로 늘어났다. 인력 역시 2008년 20만1천591명에서 2012년 23만3천52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특행기관이 지자체와 유사한 기능을 중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행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복 투자에 따른 인력과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지휘체계를 이원화시켜 주민 혼란과 불편 가중 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행기관은 중앙정부의 정책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정작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맞춤형 시책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더욱이 이들 특행기관에 붙은 ‘지방’의 의미가 중앙의 하위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어 성숙한 지방자치 구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점차 커짐에 따라 특행기관을 정비하고 있지만 미흡하다.

이 교수는 "특행기관 정비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지방분권 간사위원으로 참여할 때 제안했다"면서도 "이후 이명박 정부를 거쳐 특행기관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부처의 반발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도·하천, 해양·항만, 식·의약품 분야의 인력 208명과 재원 3천969억 원이 지방으로 이양됐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방으로 넘어온 기능 대부분이 인허가, 지도·단속 등과 같은 단순 집행 기능에 불과해서다. 이 교수는 특행기관의 성공적인 지방 이관을 위해서는 업무와 함께 인력과 재원도 넘겨 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국도·하천, 해양·항만, 식·의약품, 중소기업, 환경, 고용·노동 등 6대 분야의 일괄 지방 이양을 위한 법적 장치 구축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중앙부처의 조직이기주의와 중앙집권적 논리로 개별적 법령 개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일괄법 제정을 통한 특행기관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특행기관 정비를 포함한 지방분권의 동력이 국민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개헌 전까지 곳곳의 엄청난 반발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국민들이 선거 때뿐만 아니라 선거를 치른 뒤에도 이들이 잘하는지, 아니면 못하는지 중요한 정책마다 치열한 검증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국가 주도가 아닌 지방 주도형 발전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시대를 열 수 있다"며 "‘국민참여 개헌’이라는 줄기를 잡고 여론을 형성해 정치인들을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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