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문을 연 인천시의회와 군·구의회는 26년 동안 지방자치제도 흐름에 맞춰 변화했다. 초창기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시·구의원은 토호세력이 주를 이뤘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된 5대부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의회로 진출했다. 전문 정치인과 정당인들이 늘면서 지방의회 질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의원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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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준택 시의원이 지방자치분권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분권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이 가능한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시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가 혁신을 거쳐 제구실을 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7개 시도 중 최근까지 지방분권과 관련한 조례가 없는 곳은 인천뿐이었다. 얼마 전부터 ‘인천시 지방분권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준비 중인 차준택(49·민·부평4)시의원을 만나 봤다.

 차 의원은 10여 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04년 당시 송영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최용규 전 국회의원과 홍영표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2010년 6대 인천시의회 삼산1·2·부개3동 지역구에서 당선된 7년 차 시의원이다. 지난 10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차 의원은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지방의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지방의회의 역할이 강화되면 시민들의 만족도도 자연스레 향상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방분권 강화’란 시민의 삶과 밀접한 지자체의 행·재정에 대한 권한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시민들은 지방의회를 통해서 지자체의 정책, 사업, 예산에 대한 이해와 견제·감시를 할 수 있다"며 "대규모 혈세 낭비 감시 및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도록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투명하고 합리적인 입법·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차 의원은 행정자치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이 했다.

 그는 "행자부가 지자체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속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행자부 공무원들이 보통교부세 분배를 갖고 지방공무원을 쥐락펴락하다 보니 시·구 조례보다 행자부 지침 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시 예산은 9조951억 원이다. 차 의원은 앞으로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예산이 더 늘어나는 만큼 여야 인천시당과 지방의원들이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당별 공천 과정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역 시도당이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적극 동감한다고 차 의원은 설명한다.

 "여의도 정치나 국가 정책 및 현안에 대해선 중앙당 기조가 시도당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당이 단순히 중앙당의 정책을 전파하는 역할보다는 지역의 현안과 정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비중을 높일 수 있게 체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지역 공약 채택 과정에서 정당들이 시도당 및 해당 지역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반영하는 절차로 이뤄졌다"면서도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중앙당 권한의 시도당 이양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 의원은 "중앙집중적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분권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현 시점이 안성맞춤이다"라며 "중앙당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력·재원 권한을 시도당에 분산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했다. ‘분산과 이양’이 시도당을 지역 현안·정책의 싱크탱크로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차 의원은 현재 지방의회와 의원, 시도당, 선거를 포함한 제도의 한계점도 짚었다.

 "국회의원 세 사람의 보좌관을 경험해 보고 재선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보좌관은 주로 정책·입법에 대한 자료 검토 및 대안 모색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시의원은 의회 참석, 자료 검토, 각종 위원회·간담회 및 정책토론회 참여, 지역구 행사 참석 등으로 정책 및 입법활동에 쓸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 전문보좌관제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그는 "현재 상임위원회별로 시 공무원들이 2∼3년간 근무하며 의원들의 활동을 지원하지만, 인사권을 갖고 있는 시 집행부의 정책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하기가 쉽지 않다"며 "본인들도 다시 집행부로 가서 근무해야 하는 현실에 비춰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의원들의 역할을 지원하기엔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전문위원실처럼 독립성을 갖고 시·구의 정책, 예산, 입법 검토에 대한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도 필요하고 의원별 정책, 사업, 지역 현안에 대한 상이한 관심도를 충족시키려면 전문보좌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보좌관제를 도입하기 위한 지역 여건이 쉽지만은 않다. 지방의회와 지방분권을 위해 전문보좌관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시민, 시민사회단체, 중앙부처 등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시장·군수·구청장 선거 ‘도우미’ 역할에 바빴다. 차 의원은 "지방의원들이 기본적으로 정당 소속이라 총선뿐만 아니라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때도 본인 선거가 아닌 시장·구청장 선거 운동원 역할을 병행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은 종속·일방적 관계라기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의 편익과 복리 증진을 위한 지역 현안, 정책, 사업예산 확보 등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지방의원 혼자 풀어내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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